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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요. 출구가 어디죠?” ―세르게이 로즈니차 ‘두 검사’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영화 ‘두 검사’는 1937년 소련의 스탈린 대숙청 시기를 배경으로, 전체주의의 폭압이 어떻게 개인을 파괴하는가를 꼬집는 작품이다. 영화는 숙청돼 죽어가는 한 늙은 죄수의 피로 눌러쓴 편지가 젊은 감찰 검사 코르네프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죄수와의 면담을 통해 고문의 흔적을 발견한 코르네프는 조직적인 부패가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수석 검찰총장 비신스키까지 찾아가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 당대 소련의 지독한 관료주의와 부패 속에서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좁은 복도와 굳게 닫힌 철문, 계단을 마주한다. 로즈니차 감독은 절제된 시선과 폐쇄적인 공간 연출로, 코르네프의 끈질긴 추적 과정이 결국 출구 없는 관료주의의 미로 속에서 소모되는 시시포스의 형벌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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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숙청된 죄수에서 코르네프로 이어지는 이 무한 반복의 미로는 결국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어떻게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는가를 보여준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정쟁에만 휩싸인 정당과, 당당히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는 권력의 불안함이 무한 반복되는 미로 같은 우리의 정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