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남편 20년 간병 기초 수급자 경찰, 감경 조치후 긴급 지원 도와 사연 접한 가게 주인도 처벌 반대
ⓒ 뉴스1
광고 로드중
어려운 형편 속에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에게 먹일 단팥빵을 훔친 8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복지 지원을 받게 됐다. 10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2시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무인 빵 가게에서 한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가게 인근에 사는 80대 여성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며 빵을 훔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은 별다른 전과가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확인됐다. 또 치매와 뇌경색, 방광암, 소장 출혈 등 각종 지병으로 쓰러져 투병하느라 거동이 불편한 80대 남편을 약 20년 동안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노부부의 한 달 생활비는 기초연금 등 1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단팥빵 5개의 값은 1만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노부부는 잦은 병원 치료비 등으로 인해 빵 몇 개조차 살 여유가 없을 만큼 궁핍했던 것. 여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남편은 내가 단팥빵을 훔치다 적발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혹시라도 남편이 알게 돼 충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연을 접한 가게 주인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했다.
광고 로드중
즉결심판과 별개로 경찰은 노부부가 구호 물품과 돌봄 서비스 등 긴급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담당 경찰이 이 여성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움받을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전하자 그는 “전혀 몰랐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권봉수 고양서 형사과장은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더라도 생계형 범죄나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