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막으려 집 찾아가고 필요땐 폰 검사 관찰관 1명당 56명씩 담당 만성 인력난 “英처럼 소년범죄 전담기관 필요” 의견도
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의 한 상담실에서 촉법소년이 상담사와 면담하고 있다. 보호관찰 대상 소년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할 보호관찰관은 2021년 이후 228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인 김모 계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전날 야간 외출 제한을 어기고 집을 나갔던 한지영(가명) 양이 범죄 피해를 당해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이었다. 김 계장은 이날 오전부터 지영 양과 줄곧 연락이 닿지 않자 행적을 추적하던 중이었다.
지영 양은 과거 가출 청소년 모임인 ‘가출 팸’과 어울리다가 범행에 연루됐지만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촉법 소년)라는 이유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엔 위치가 추적되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날 일탈을 감행했다가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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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이 폭증하면서 이들을 관찰하는 보호관찰 업무도 과부하 상태다. 촉법소년 상당수는 소년원에 가지 않더라도 법원의 4호(단기 1년 보호관찰)나 5호(장기 2년 보호관찰) 처분에 따라 보호관찰을 받는데, 지난해 12월 기준 그 대상은 1만2780명에 달했다. 이 중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104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8일 서울보호관찰소에서는 보호관찰관 7명이 전날 밤 무단 외출로 내부망에 ‘빨간불’이 들어온 소년과 보호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행적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서울보호관찰소는 조두순 같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관리 감독하는데, 전체 보호관찰관 100명 중 7명이 소년을 감독한다.
하교 무렵인 오후 3시엔 9.9㎡(약 3평) 규모 면담실에서 10대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는 관찰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1층에는 작은 면담실 10곳이 있고 이 중 3곳이 소년 전용이다.
불량 친구와 계속 어울리는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은 잘 먹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은 고해성사를 연상케 했다. 필요하면 보호관찰관은 휴대전화를 검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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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4번가량 반복해서 보호관찰을 받은 소년이 재범하지 않고 미용사가 되고 싶다며 기술 공부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강신원 서울보호관찰소 관찰과장은 “보호관찰관은 대상자를 (구치소 같은) 소년분류심사원에 보낼 권한이 있어 교사나 보호자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도 관찰관의 조언은 따르는 편”이라며 “어른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만으로 행동을 자제하는 면도 있다”고 했다.
● 보호관찰관 1명당 소년 56.1명
하지만 보호관찰을 받아야 할 소년의 수는 가파르게 느는 반면 이를 전담할 보호관찰관 인력은 지난해 228명에 그쳤다. 전국 보호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소년의 수는 지난해 기준 5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32.4명)을 크게 웃돈다.
강 과장은 “최근 무인점포 절도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진 합성 등의 범죄로 보호처분을 받는 소년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우리 관찰관 1명이 소년 1명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월 4시간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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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