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설 속에 시가 있는 스타일리스트” 윤후명 1주기 추모행사 이어져

입력 | 2026-05-07 13:44:00


고 윤후명 작가(1946~2025)

고 윤후명 작가(1946~2025)의 199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하얀 배’는 주인공이 중앙아시아로 떠나는 기행문 형식의 중편소설이다.

고려인 강제이주 세대의 손자가 “고향 말을 익혀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에 들판으로 홀로 나가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는가 하면,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에서 만난 낯선 여성의 입에서도 한국말 “안녕하십니까”가 흘러나온다. 낯선 풍경에서 들려오는 지극히 단순한 인사말이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8일은 윤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불렸던 고인을 기억하는 학술대회와 추모제, 유고시집 출간이 잇따르며 문단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윤 작가는 1946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났다. 1967년 본명인 윤상규로 응모한 시 ‘빙하의 새’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1979년 필명 윤후명으로 응모한 단편소설 ‘산역’이 또 다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와 소설을 아우르는 문인으로 활동했다. 대표작으로 소설집 ‘돈황의 사랑’ 장편소설 ‘협궤열차’ 시집 ‘명궁’ 등이 있다.

1일에는 서울 중구 문학의집에서 윤후명의 문학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윤후명 작가 추모위원회와 한국현대소설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소설가 구효서·권현숙, 문학평론가 권희철·김영찬·김형중 등 문단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문단 후배인 구효서 소설가는 “윤 작가는 소설만 쓴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소설이 있다. 본인 역시 ‘소설과 시가 구분 없이 섞인 것이 내 장르’라고 말했다”며 “장르의 경계뿐 아니라 인격체와 대상물, 하늘과 땅의 경계까지 허물며 찬란해지는 것이 윤후명의 문학 세계”라고 회고했다.

작가의 기일 하루 전날인 7일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윤후명 추모제도 열린다. 시인 곽효환·문정희·정희성·강은교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릴 예정이다.

작가의 타계 1주기에 맞춰 8일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문학과지성사)도 출간된다. 윤후명의 제자이자 소설가인 정태언이 미발표 시 90여 편을 정리해 묶었다. 모루도서관은 실제 강릉시 교동에 있는 도서관 이름으로, 작가의 고향인 강릉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출판사 측은 “윤 작가는 다양한 작품에서 몽골, 러시아, 유럽 등을 배경으로 자아탐구를 위해 끝없이 어딘가로 떠나야만 하는 인물들을 그려왔다”며 “그의 소설이 세계 각지를 떠돌며 자신을 찾아 헤매는 이산의 정서를 담아냈다면, 그의 시는 오랫동안 그리워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