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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는 스물두 살 무렵 ‘아픈 아이’(1885∼1886년·사진)를 처음 그린 후, 40여 년간 같은 주제에 천착했다. 화면에는 병상에 누운 창백한 소녀와 그 곁을 지키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서로 손을 붙잡고 있지만 정작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력한 순간이다. 이제 막 화가로서의 길을 모색하던 청년 뭉크는 왜 생동하는 삶이 아닌, 이처럼 고통스럽게 멈춰 버린 시간에 집착했을까.
이 그림은 뭉크의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됐다. 그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었고, 열네 살 때 누나 소피마저 같은 병으로 떠나보냈다. 가족의 죽음은 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겼다. 그림 속 침대에 기댄 소녀는 바로 소피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소녀는 두꺼운 흰 베개에 몸을 의지한 채 창백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곁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앉아 소녀의 손을 붙잡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뭉크 남매를 친자식처럼 돌봤던 이모 카렌이 모델이다. 두 사람의 손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맞닿아 있지만, 여인은 고개를 떨군 채 끝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다.
뭉크는 사실적인 재현 대신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리고 날카롭게 긁어내는 거친 붓질로 화면을 채웠다. 형상을 흐릿하게 뭉개 버린 이 파격적인 기법은 마치 눈물 고인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았던 것을 그린다’는 그의 말처럼, 이 그림은 현실의 기록이 아니라 그의 기억 속에 응어리진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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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