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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그가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미지. AP 뉴시스·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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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그가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는 모래사장에 조개껍데기로 만든 ‘86 47’ 숫자가 담겨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숫자의 의미였다. ‘86’은 ‘제거하다(get rid of)’를 뜻하는 은어이고, ‘47’은 제47대 미 대통령인 트럼프를 가리킨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게시물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공분을 일으켰다(caused outrage among Trump supporters). 이들은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암살을 선동한 것(was calling for Trump to be killed)이라고 주장했다. ‘call for ∼ to ∼’는 ‘∼가 ∼할 것을 요구하다’라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논란이 커지자 코미 전 국장은 곧 게시물을 삭제했다(took down the post). 그는 “누구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meant/intended no harm)”고 해명했다. ‘take down’은 온라인 게시물을 ‘내리다’라는 뜻 외에도 ‘take down a criminal organization’(범죄조직을 와해시키다), ‘take a political enemy down’(정적을 넘어뜨리다)같이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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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흔한 사건(a run-of-the-mill case)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진공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not happening in a vacuum)”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와 코미 사이에는 악연이 깊다(There’s a lot of history between the two). 트럼프 집권 1기 초 코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혐의를 수사했다. 트럼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코미를 해고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이후 코미는 트럼프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인물(one of Trump’s most vocal critics)이 됐다. CNN은 트럼프가 코미에게 “적대감밖에 없다(has had nothing but animosity toward Comey)”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코미 전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검사가 적법하게 임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threw out the case). ‘throw out’은 물건을 ‘버리다’ 외에 소송을 ‘기각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번 사건을 두고 트럼프의 ‘정적 죽이기(trying to go after Trump’s perceived enemies)’라는 해석도 나온다. ‘go after’는 ‘∼을 표적으로 삼다’라는 뜻이다. 비판론자들은 법무부가 트럼프의 ‘정치적 보복(political payback)’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한 법조인은 “사법 정의로 가장한 복수(vengeance masquerading as justice)”라고 묘사했다. 이번 기소가 첫 번째 기소보다 “더 멍청한 결정(dumber)”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숫자 ‘86’은 갱단 은어로는 ‘제거하다’라는 의미지만, 일상적으로는 ‘취소하다(cancel)’, ‘무효화하다(nullify)’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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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