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8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04.24 뉴시스
국립민속박물관(민박)이 개관 80돌을 맞아 지난달 24일 열린 기념식에서 장상훈 관장은 ‘세계로 열린 창’이 민박의 새 목표라고 밝혔다. K컬처가 세상을 움직이는 오늘날, 박물관이 단지 민족문화 보존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 장 관장은 2031년 개관하는 세종시 민박 신관에 세계 민속을 전담하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을 밝히면서 “역사적으로 세계 문화의 중심이었던 나라들은 타문화의 이해와 수용에 인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민족 넘어 세계 문화로 확장
1946년 4월 ‘국립민족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첫발을 뗀 민박은 최근 국제 문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각지의 유서 깊은 축제 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파주관에서 브라질 삼바와 리우 카니발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3개월간 열었고, 페루 ‘태양의 날’ 축제도 쿠스코역사박물관과 함께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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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민속학·인류학 박물관들도 다문화 전시와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프랑스 인류학박물관은 지난해 특별전 ‘이주, 인류의 오디세이’를 열고 선사시대 고인류의 이주부터 현대 난민의 망명에 이르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영국박물관은 전쟁과 디아스포라를 주요 의제로 삼고 지난해 상설전시관 내 ‘수단: 갈등과 공동체, 돌봄’ 공간을 마련했다. 런던의 수단 출신 전문가와 커뮤니티가 전시 기획과 구성에 참여했다.
● “글로벌 시야 넓혀야 MZ 눈높이 맞춰”
앞서 민박에서도 해외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류 생존과 경제 활동에 필수적 존재였던 소금을 주제로 한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2018년)가 대표적이다. 민박 연구원들이 페루와 파푸아뉴기니, 인도 등 11개국을 오가며 2년에 걸쳐 조사한 내용이 근간이 됐다. 하지만 5년 이상 중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부족, 여전히 빈약한 해외 문화 소장품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잖다.
1974년 개관 이래 다문화 연구와 전시를 중점 사업으로 키워온 일본 오사카의 국립민족학박물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박물관은 2022년부터 6년 계획으로 국내외 대학 등과 손잡고 ‘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성’을 연구하고 있다. 지역·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매년 외국인 객원 연구원을 초청해 협력 연구도 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소장품이 약 35만 점으로, 민박이 소장한 세계 민속자료 수(1만4000점)의 25배에 이른다.
이관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은 “제국주의 역사가 있는 나라와 비교하면, 세계 문화를 적극 이해하려는 정치·경제적 여건과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론 중장기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적극 투자해 박물관의 글로벌 시야를 넓혀야 젊은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 눈높이에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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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