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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NSC 당국자 “북핵 군비통제 전환, 현재로선 신호 부족”

입력 | 2026-05-06 10:49:00

전 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에서 북핵 협상 목표를 ‘비핵화’에서 ‘군비통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이 군비통제 대화에 응할 신호가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 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최근 아리랑TV 대담 프로그램 ‘Within the Frame’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사일러 고문은 북한이 최근 제9차 당대회를 통해 핵을 ‘장기 억지 자산’으로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고착화 전략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흐름”이라며 “당대회 표현 자체가 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군비통제가 의미를 가지려면 김정은 정권이 이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그런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핵화 목표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현실적인 성과를 놓쳤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사일러 고문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추구한 것이 문제였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활동 일부 동결이나 핵물질 생산 제한 등을 조건으로 제재 완화 또는 주한미군·확장억제 조정 등을 맞바꾸는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보다 단계적으로 긴장을 낮추는 현실적 접근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일러 고문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병력 철수, 확장억제 신호, B-52 비행 중단 같은 것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는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몰딜을 통해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위협 감소 조치지만, 북한은 수년간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긴장 완화와 위기 관리를 원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긴장을 높게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유지하려 한다”며 “이 점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 북핵 문제 관리에 있어 지금까지의 성과도 짚었다. 그는 “일부에서는 지난 30여 년의 한반도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는 유지돼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억지 유지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을 제외하면 긴장은 일정 수준에서 관리돼 왔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이 제기하는 군사·경제적 도전에 대해서도 양국 간 공통된 전략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역시 핵무기 사용이 정권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미국의 방위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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