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에 내년부터 지급 고용안정-경제보상 맞바꾼 프랑스-호주 해고 어려운 체제에선 작동하기 어려워 민간부문 확대될 경우 일자리 감소 우려
박중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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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채용된 근로자는 한 달만 일해도 그만둘 때 약 38만 원의 수당을 받게 된다. 1년 미만 단기 근로자에게 정규직보다 최대 10%를 더 보상하는 ‘공정수당’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규직은 안정성이라는 보상을 받으니, 비정규직은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을 더해 보수가 더 많아야 한다”고 말한 지 19일 만에 정부가 속전속결로 공공부문 공정수당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수당의 취지는 기간제 근로자의 불안한 고용 상태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단기 고용의 비용을 높여 ‘쪼개기 고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의 1.2배 수준인 ‘적정임금’을 정하고, 근무 기간에 따라 그동안 받은 적정임금의 8.5∼10%를 공정수당으로 주도록 했다.
고용주가 퇴직금을 안 주려고 맺는 ‘364일’ 계약, 2년 넘게 기간제로 고용할 때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를 피하기 위한 ‘1년 11개월’ 계약을 공공부문에서라도 없애야 한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적절하고 타당하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에 도입하지만 자연스럽게 민간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제도가 민간에 적용될 경우 걱정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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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랑스식 불안정 수당이 의도대로 비정규직 감축 효과를 내려면 고용주가 ‘차라리 정규직을 뽑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수당이 높아야 한다. 지난해 한국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5.2%다. 단순 산술로 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기존 임금에 53% 이상 수당을 얹어 주도록 의무화해야 대신 정규직을 뽑을 메리트가 고용주에게 생긴다. 그 이하라면 비정규직 임금만 끌어올릴 뿐이다.
해고가 어려운 사회에선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노동경직성이 강한 나라에 속한다. 전체 노동자 중 정규직 비중은 85% 정도로 여전히 높은데, 새로 채용되는 일자리의 80% 이상이 기간제·파견근로 등 비정규직이다. 해고하기 힘든 정규직보다, 10% 수당을 더 주는 비정규직을 고용주들이 선호한 결과다. 직원 해고 때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해고 보상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마크롱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높이려고 부단히 애쓰는 건 해고가 어려운 사회에선 불안정 수당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소문난 나라다.
중소기업·자영업자 사이에선 전혀 다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주 5일, 15시간 이상 일을 시킬 때 하루치를 더 줘야 하는 ‘주휴수당’이라도 아끼려고 14시간짜리 초단기 알바만 쓰고 있는 게 한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단기간 고용을 했을 때 10% 수당을 더 줘야 한다면 알바 숫자를 줄일 방법부터 고민할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60% 이상이 여전히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호주처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한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25% 높은 보상을 하려면 정규직의 직무가치부터 정해져야 한다. 한국처럼 근속연수로 임금이 결정되는 나라에선 정규직 근로자의 직무가치를 계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기업들이 숙련도가 낮은 단순 업무만 비정규직에게 주로 맡긴다는 점도 문제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추가수당을 줄 경우, ‘스펙’이 높고 더 복잡한 일을 하는 정규직들이 “불공정하다”며 자기네 처우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이런 ‘노노(勞勞) 갈등’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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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