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예외 없이 찾는 장소를 떠올려 보자. 서울 강남이나 광장시장,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등이 생각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는 말할 것도 없다. 한복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외국인들이 광화문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것은 뭘까. 바로 ‘光化門’이라고 한자로 쓰인 현판이다. 이러한 광경은 한자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외국인에게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국의 식민지였다’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광화문 현판은 한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쓰인 현판으로 교체하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관련된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보면, 일제 조선총독부 청사가 철거된 이후 지난 30년 동안 진행돼 온 경복궁 복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역사적 정확성’이었다. 세종대왕이 태어나기 전 지어진 경복궁 내 궁궐의 현판은 조선의 양반들의 문자였던 ‘한자’로 쓰인 것이 사실이다. 국가적 자부심과 역사적 현실이 충돌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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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가 많은 영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 역시 고전어 교육이 약화되면서 학생들의 모국어에 대한 이해도도 점점 얕아지고 있다. 이는 기초적인 한문 교육에서 배운 한자조차 겨우 알아보는 데 그치는 오늘날 한국 학생들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항상 이해하려고 노력해 온 서양인인 내 시각에서 보면, 한자 사용을 지양하는 정책이 이 나라에 어떤 혜택을 줬는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어는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는데, 이를 한글 뒤에 숨기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단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어원도 알아야 한다. 결국 어원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소탐대실일 수 있다.
한자를 잘 아는 한국인들은 일본, 중국, 대만의 언어와 문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를 외면해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이웃 나라를 결코 관광객 이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최근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 고무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한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자를 배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을 만나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 보라고 한다. 하나는 한국이 과거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나라일까라는 궁금증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나라이지만, 한민족은 5000년의 역사를 지녔다. 다른 하나는 한국은 어느 정도까지 아시아 국가이며, 또 어느 만큼 서양 국가들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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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