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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넘게 지속되던 척추 고통… 5번째 수술 만에 씻은 듯[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입력 | 2026-04-25 01:40:00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척추 질환 성영희 씨
두려워 피하다 2002년에 첫 수술… 3개월 뒤 재활훈련 중 이상, 재수술
2015년 재발… 2번 더 수술했지만, 서 있기조차 힘든데 신장도 악화돼
나중엔 치료법 없어 진통제로 버텨
올 1월 두 차례로 나눠 4차 재수술… 허리 곧추 세우고 걷기 시작 ‘새 삶’



성영희 씨(가운데)는 네 번째 재수술 끝에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됐다. 성 씨는 수술 전에는 딸 박주연 씨(왼쪽)의 도움 없이는 5m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수술을 집도한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성 씨의 어깨를 펴면서 재활 훈련시 당부 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척추 수술을 받아도 때론 재발한다. 10년 이내에 재발할 확률은 15∼18%이다. 통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거나 더 악화하는데, 이를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FBSS)’이라고 부른다. 재발 원인은 다양하다. 척추 퇴행일 수도 있고, 수술이 불완전했을 수도 있으며, 나사못 같은 부품이 손상됐을 수도 있다.

조대진 교수

그 어떤 경우든 재수술은 난도가 높다. 척추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변형됐을 가능성이 큰 데다 나사못이 여기저기 박혀 있을 수 있어서다. 조대진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재수술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술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얼마 전 성영희 씨(65)의 5번째 척추 수술을 집도했다. 성 씨는 FBSS, 척추 협착증, 측만-후만증 진단을 받았다. 허리를 펴지 못했고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 첫 수술 3개월 만에 재수술

1990년대 후반, 처음 척추 디스크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왼쪽 발목이 저렸다. 저림 증세는 곧 왼쪽 다리 전체로 퍼졌다. 이어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척추 수술하면 몸이 더 망가진다”며 성 씨를 말렸다. 잘못된 상식을 믿었다. 한의원 ‘물리치료’나 주사에 의존했다.

고통은 심해졌다. 그토록 좋아하던 등산도 중단해야 했다. 급기야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얼마 후에는 몸도 잘 안 움직여졌다. 이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2002년 3월, 성 씨는 한 지역 병원에서 허리뼈 4번과 5번 척추 유합술을 받았다. 병든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 구조물을 넣은 뒤 나사못으로 척추 마디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몸이 가벼워졌다. 헬스클럽을 찾아 열심히 재활 훈련을 했다. 3개월이 흘렀다. 그날도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척추 근처에서 ‘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대로 드러누웠다. 몸에 힘을 줘도 일어날 수 없었다.

의사는 수술 부위 주변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범위를 좀 더 넓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척추 재수술 원인 중 하나다. 수술한 부위 주변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운동 등으로 척추 마디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지면 나사가 풀리거나 부러질 수도 있다.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 다행히 재수술은 별 탈 없이 끝났다. 이후 성 씨는 조심, 또 조심했다. 덕분에 당분간 허리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4차 수술 후에는 고통만 남아

2011년 성 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러는 중에도 척추 질환은 재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다시 증세가 나타났다. 처음엔 엉덩이 주변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 저림은 덜했지만 통증은 더 심했다. 이번에도 수술을 피하려 애썼다. 소용이 없었다. 그해 말에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허리뼈 1번과 2번 부위 유합술이었다.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허리통증이 더 심해졌다. 척추 수술 실패 증후군이 나타난 것. 의사는 “뼈가 부러지고 나사를 박은 부위도 흔들린다”며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급히 찾아간 A 병원은 재수술을 거부했다. 다행히 B 병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2018년 허리뼈 2번부터 4번까지 척추 유합술을 시행했다. 네 번째 수술이자 세 번째 재수술이었다.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양쪽 다리에서 힘이 급속하게 빠져나갔다. 허리가 좌우로 심하게 굽으면서 서 있기조차 힘들어졌다. 성 씨의 딸 박주연 씨(30)가 회사를 관두고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는 딸의 팔을 붙들고 나서야 겨우 5m를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허리통증은 더 심해졌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근육은 감소했다. 병원에서는 버텨보라는 말과 함께 통증약만 줬다. 그렇게 5년이 흘러갔다. 지난해에는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사구체 여과율이 39%까지 떨어졌다. 신장의 39%만 기능한다는 뜻이니, 만성 신부전증과 다름없었다.

돌파구를 찾던 중에 딸 주연 씨가 척추 재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올해 1월, 성 씨는 조 교수를 찾았다.

● 5번째 수술, 2차례 나눠 시행

조 교수가 허리 상태를 살폈다. 척추 마디에 박은 나사와 지지봉이 여러 개 부러져 있었다. 척추 변형도 심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퇴행성 변화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더욱 나빠진 것. 웬만한 병원이라면 재수술을 거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다. 대장암으로 인한 장 유착은 수술에 지장이 될 수도 있었다.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진 점이 더 맘에 걸렸다. 콩팥이 안 좋다면 척추가 잘 붙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난도 수술이 예상됐다. 그래도 조 교수는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성 씨와 가족을 안심시켰다. 당시 수술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환자는 희망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수술 과정은 험난했다. 조 교수는 성 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두 차례 나눠 수술을 집도했다. 1차 수술에서는 등으로 접근해 기존 나사못과 지지봉 등을 제거했다. 1주일 후에는 옆구리로 2차 수술을 진행해, 디스크 사이에 인조 뼈를 넣고 나사를 조였다. 길이 8cm 내외의 나사 13개를 새로 박아 넣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 씨는 재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조 교수는 “사실 수술 직전 상태는 말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지 않았더라면 더 악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헌신이 수술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는 것. 성 씨도 “딸 덕분에 내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 통증 없이 허리 펴고 걷다

아직은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성 씨는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 등을 펴지 못했는데, 허리를 곧추 펼 수 있게 됐다. 빨리 걷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사실 한창 아프던 2016년 무렵에는 우울증 때문에 1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조 교수는 “여러 차례 수술에 실패하면 무력감이 커지고 위축될 수 있다. 그러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 우울증을 극복하기 시작한 것.

10년 넘게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에 뼈와 척추가 다 약해졌다. 근육량도 매우 적다. 이 때문에 젊을 때처럼 쌩쌩 움직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1년 정도는 재활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물속에서 걷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땅 위에서 걷는 건 어떨까. 조 교수는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걸어야 한다. 무리하게 1만 보를 채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누워서 자전거 타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척추 수술 환자는 모두 외상을 조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특히 앉고 일어설 때 엉치뼈 부위를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쾅’ 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곤할 때 온찜질을 자주 해 주는 것도 좋다. 성 씨와 주연 씨는 “재활 훈련 열심히 해서 활기찬 날을 되찾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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