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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반지-케어벨… AI로 ‘돌봄 빈틈’ 메운다

입력 | 2026-04-23 04:30:00

지자체 ‘디지털 케어’ 확산
경기 화성, 모니터링용 AI 반지 도입… 생체 신호 이상 땐 기관에 자동 전화
강원 평창, 농촌에 블루투스 혈압계… 의료원서 실시간 확인 후 진료 연결
부산에선 IoT 기반 고독사 예방 나서… 이상 징후 감지하고 정기 안부 전화



22일 화성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의 김희숙 센터장(오른쪽)이 직원과 함께 스마트 반지를 착용한 주민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센터는 심한 디스크 탓에 집에 누워만 있던 홀몸노인을 찾아내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화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 후 한국의 돌봄 패러다임은 격변하고 있다. 단순히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을 넘어 의료와 요양, 주거를 아우르는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분절적인 서비스 체계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길 희망하면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살던 곳에서 의료와 돌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를 결합한 이른바 ‘디지털 돌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다양한 건강 증진 해법들이 지자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는 보건소의 방문 건강 사업과 연계해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데이터와 기술로 복지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3곳을 알아봤다.

● 스마트 반지로 24시간 촘촘한 응급 콜케어

22일 찾아간 경기 화성시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 시설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지만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고령층도 방문해 돌봄 케어를 받고 있었다. 이곳은 각종 건강 측정 기기와 취미 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화성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화성형 재가노인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고독사 예방과 응급 환자 대응 역량을 키우고 있다.

센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손가락에 끼우는 스마트 반지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응급 콜케어 솔루션이다. 스마트 반지는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온, 수면 패턴, 스트레스 등 주요 생체 신호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기존의 단순 안부 확인을 넘어 생체 신호에 이상이 감지되면 AI가 즉시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어르신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위기 상황이 의심될 경우 보호자와 관계 기관에 위치 정보와 이상 알림을 카카오톡 및 AI 자동전화 서비스를 통해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거부감이 적은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시 관계자는 “기술에 사람 중심의 가치를 더해 어르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통합돌봄 모델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농촌 의료 공백, 실시간 데이터 관리로 최소화


강원 평창군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ICT를 접목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평창군 보건의료원이 추진 중인 ‘스마트 만성질환 관리 사업’의 핵심은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피드백이다.

가정용 블루투스 혈압계와 혈당계, 체중계를 지급받은 환자가 스스로 수치를 측정하면 데이터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료원으로 전송된다. 건강 코디네이터는 이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살핀다. 단순히 수치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담, 교육 문자 발송, 대면 진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혼합형 관리 서비스’가 이뤄진다.

성과는 지표로 증명됐다. 2024년 서울대 의대와 협력한 연구 결과, 9개월간 참여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는 평균 0.3%포인트, 수축기 혈압은 8.9mmHg 감소했다. 디지털 기기에 서툰 고령층이라도 밀착 관리가 병행되면 농촌 지역에서도 충분히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평창군은 2025년부터 한림대와 손잡고 환자 개별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도입해 운동과 영양 상담을 해주는 ‘다학제 환자 관리 표준 모델’ 구축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스마트 기술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간호 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보건 행정을 통해 ‘건강한 평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ICT와 사람 손길 결합한 ‘하이브리드 돌봄’

부산시는 디지털 기술과 대면 복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돌봄 케어벨’ 모델로 고독사 예방에 나서고 있다. 영도구, 금정구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이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일상 속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방형 돌봄 체계다. 현장에선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IP·Aging In Place)’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돌봄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케어벨 모델은 전문 상담사의 정기적인 안부 전화와 의료 연계까지 더한, 기술과 인간 돌봄을 결합한 입체적 관리가 특징이다. 부산시는 올해 대상자를 750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서울 광주 경기 전남 경북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영국 등 해외 진출도 추진되고 있다. 또 병원 퇴원 이후 환자를 가정에서 관리하는 모니터링 서비스를 결합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의료·요양·돌봄통합 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돌봄 전문가들은 “고독사 예방과 의료비 절감,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화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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