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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감시 ‘하늘의 눈’, 국산 전략무인기 MUAV 첫 출고

입력 | 2026-04-23 04:30:00

방위사업청
길이 13m, 날개폭은 25m 달해… 10km 상공서 100km 거리 식별
SAR-EO 등 부품 국산화율 90%
체계 개발서 양산까지 13년 걸려… K방산 수출, 항공 무인기로 확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왼쪽에서 7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우리 군이 외국 정보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만든 ‘하늘의 눈’으로 적 전략 표적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청장 이용철)은 지난 8일 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양산 1호기 출고식을 열고 국산 전략 무인기 실물과 지상 통제 장비 등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출고식은 2023년 양산에 착수한 지 약 3년 만에 거둔 결실로 독자적인 감시정찰 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자주국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1호기 출고식.

10㎞ 상공서 100㎞ 밖 표적 식별… 독자 감시정찰 능력 확보

이번에 공개된 MUAV는 길이 13m, 날개폭 25m로 1200마력급 터보프롭엔진을 탑재했다. 10㎞ 이상의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며 지상을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다. 특히 전자광학(EO), 적외선(IR), 합성개구레이더(SAR) 등 첨단 감시 장비를 통해 100㎞ 이상 떨어진 표적까지 식별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또한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은 약 90%에 달한다.

이번 MUAV 출고의 의미는 단순한 신형 무기 도입을 넘어선다. 양산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사업단장은 “과거에는 전략적 영상 정보를 대부분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며 “이제는 우리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 이상 고도에서 운용되는 무인기는 해외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분야다. 이번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은 향후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로 나아가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24시간 감시하는 ‘잠들지 않는 눈’… 촘촘한 감시망 구축


MUAV 개발을 주관한 박준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단장은 “글로벌호크는 MUAV보다 더 높은 고도, 더 먼 지역을 감시하고 MUAV는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 전방 100㎞ 이상 지역을 상시 감시하게 될 것”이라며 “정찰위성이 핵심 전략 표적을 맡는다면 MUAV는 전방의 다수 표적과 징후 판단을 담당해 감시망을 촘촘히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은 재방문 주기 제약이 있지만 MUAV는 비행 중에도 감시 구역을 즉시 바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방사청과 업계는 MUAV를 “대한민국의 잠들지 않는 눈”으로 표현한다. 민항기 운항 고도보다 높은 상공에서 24시간 365일 적 전략 표적을 감시하고 확보한 정보는 다른 ISR(정보·감시·정찰) 자산과 연계해 군의 작전지휘와 타격 판단에 활용하는 구상이다. 또한 MUAV가 전력화되면 적 전략표적을 실시간으로 감시·대응할 독자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 강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독자 감시 능력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13년 개발사에 녹아든 헌신… 실패와 재도전 끝에 완성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MUAV는 2008∼2012년 탐색 개발로 기반 기술을 확보한 뒤 2013년 체계 개발에 들어가 2022년 3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양산 타당성 검토와 계획 수립, 계약 절차를 거쳐 이번 출고로 이어졌다. 개발 기간만 따지면 10년이 훌쩍 넘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개발 과정에선 2020년 마지막 비행시험 중 대기 자료 센서 고장이 발생해 시험이 중단됐고 이후 약 10개월간 센서를 재개발해 비행 안전성을 다시 확보해야 했다. ADD 측은 당시를 두고 “사업 기간 지연과 성능 문제에 대한 중압감이 매우 컸다”고 회고했다.

현장 개발진은 더 절박했다. 강노현 대한항공 실장은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13년 이상이 걸렸다”며 “충남 지역 활주로에서 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시험비행을 수행해야 했다. 개발자에게는 자식 같은 존재”라고 했다. 시험 초기에 누군가 음료수나 간식을 사 오면 실패하는 일이 반복돼 “시험 중엔 먹을 것을 들이지 않는다”는 징크스까지 생겼다는 박 단장의 인터뷰는 이 사업이 얼마나 치열한 헌신과 노력 끝에 성공했는지를 보여준다. ‘하늘의 눈’이란 별칭 뒤에 연구진과 기술진의 오랜 시간과 희생이 겹겹이 쌓여 있었던 셈이다.

K방산의 새로운 날개… 수출·민간 활용도 기대

향후 과제도 남아 있다. 출고된 1호기는 지상 체계와의 통합 시험, 초도 비행시험, 군 수락 시험을 거친 뒤 2027년부터 공군에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검증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우리 군은 정찰위성, 글로벌호크와 함께 중층적 감시정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MUAV의 의미는 군 전력 증강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이 플랫폼이 향후 전자전, 해상초계, 신호정보 수집, 공중 통신 중계, 소형무인기 항공모선 등 다양한 파생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도 해양 감시, 해상 구조, 산불 감시, 재난 대응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략급 무인기를 개발한 나라는 많지 않다”며 “중고도무인기는 성능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아 중동, 아시아, 남미 지역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방산의 무게중심이 지상 무기에서 항공 무인체계로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방위사업청 첨단기술사업단장은 “양산 1호기 출고는 길고 쉽지 않았던 과정 속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남은 시험과 양산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감시정찰 체계를 적기에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의 성과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여러 방산기업과 연구자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실”이라며 “MUAV는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자주국방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을 항공산업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감시정찰 자산 확보라는 숙원을 향해 한국형 전략 무인기가 이제 시험장을 넘어 실전 배치의 문턱에 들어섰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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