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정신/올스턴 체이스 지음·김현우 옮김/584쪽·3만2000원·글항아리
미 연방수사국(FBI)은 유나바머를 잡기 위해 17년 가까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며 수사에 매달렸다.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유나바머는 주요 언론사에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선언문을 보냈는데, 필체를 알아본 동생이 FBI에 제보하며 1996년 몬태나의 한 오두막에서 체포된다.
그의 실제 이름은 테드 카진스키. 오두막은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문학부터 역사, 심리, 과학 등 온갖 종류의 책이 가득했다. 세상은 그를 ‘하버드 출신의 광인’으로 치부했지만, 책은 그의 사상이 주류 미국인의 사고방식과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카진스키의 사상과 폭력이 1950년대 냉전기 미국의 지적 분위기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광고 로드중
이를 계기로 배움을 좋아했던 한 청년은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사회를 겪으며 아웃사이더 살인자로 변했다. 고도로 훈련된 그의 수학적 두뇌에는 참과 거짓의 논리만 있고, 회색 영역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저자 역시 공립학교를 나와 하버드에 입학했으며, 카진스키와 비슷한 시기 절망을 느껴 몬태나의 야생 속에서 은둔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극단적인 폭력이 특별한 악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각과 환경에서 자라났음을 추적하며, 미국 사회가 어떻게 극단적 폭력을 낳는 사유의 토양이 됐는지를 되묻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