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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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고위관계자이며, 이란을 공격하는 데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월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對)이란 군사작전의 필요성과 이를 통한 이란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강조하며 펼친 ‘설득 작업’에 회의적이었다. 루비오 장관과 랫클리프 국장은 각각 “헛소리(bullshit)”와 “우스꽝스럽다(farcical)”는 반응도 보였다. 케인 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문제와 무기 재고 고갈을 우려했다. 미국 측 인사 중 전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정도였다.
트럼프, 참모 다수 반대에도 이란戰 강행
핵심 참모 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40일 넘게 진행되고 있다. 뚜렷한 출구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반면,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인명 피해, 세계 경제에 가해질 충격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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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부터 도입을 주장했던, 그만큼 오랜 기간 고민했을 가능성이 높은 관세 정책도 안정성이나 명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관세율이 정해진 방식부터 불투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 혹은 ‘상황’에 따라 많은 나라에 부과된 ‘관세 폭탄’의 강도(관세율)도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렸고, 세계 경제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줄 게 분명했던 이란 전쟁도 저렇게 많은 참모들, 그것도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데도 ‘추진’을 결정했다는 건 더욱 심각하게 여겨졌다.
‘어른들의 축’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의 ‘브리핑’을 들었던 참모들도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설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전쟁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을 고려해 강하게 만류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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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향후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정책이나 조치가 반대 의견 수렴 혹은 치열한 내부 논의 없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 합의와 북한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계속 협상을 해야 할 한국에는 당연히 부담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생길 수 있는 변화와 상황을 고려한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의 마련이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이세형 국제부장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