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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과열… 경쟁사 서류 무단 촬영에 대표이사 사과까지

입력 | 2026-04-13 16:40:00

공사비 1조5000억 원 규모 압구정5구역 입찰 경쟁 본격화
DL이앤씨 직원 경쟁사 서류 무단 촬영
DL이앤씨 “해당 직원 업무 배제” 사과



강남구청에서 열린 ‘불공정·과열 방지 및 정비사업 수주 문화 선진화를 위한 상생 협약식 기념사진.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DL이앤씨 직원이 경쟁사 서류를 무단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만 약 1조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로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수주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진행된 입찰서 개봉 및 상호 날인 과정에서 DL이앤씨 관계자가 볼펜형 카메라를 이용해 현대건설 측 제출 서류를 약 7분간 촬영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절차는 즉시 중단됐고 조합은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DL이앤씨는 다음날 박상신 대표이사 명의로 ‘입찰마감 후 발생사안에 대한 사과의 건’ 공문을 냈다. DL이앤씨 측은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개인의 과도한 의욕에서 비롯됐을 뿐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공정성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면서 “해당 직원을 즉각 업무에서 배제했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처리 방식을 두고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2024년 9월 국내 대형 건설사 8개사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과정 불공정·과열 방지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홍보 금지 및 위반 시 해당업체 입찰 참가 무효, 금품 및 향응 금지,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정비사업 문화 조성 등의 사항이 담겼다. 정비사업 입찰에서는 통상 개별 접촉 금지, 정보 취득 제한, 공정 경쟁 준수 등을 포함한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고 이는 입찰 절차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꼽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무단으로 상대방 정보를 취득하려는 시도가 업무방해 또는 비밀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찰서 개봉 및 날인 과정은 조합과 경쟁사 입회 하에 서류를 확인하고 상호 날인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제 3자의 조작이나 개입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절차인데 공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단계에서 경쟁사 자료 촬영이 발생한 것은 단순 위반을 넘어 절차적 신뢰 자체를 흔드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 입찰을 내세운 상황에서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리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의 재량에 상당 부분이 맡겨진 현행 구조상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입찰 여부를 논의하기 전에 무단 촬영 등 행위의 적법성 자체가 쟁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행정적 보완 수준 문제와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마포로 5구역 제2지구에서 ‘수량산출내역서’ 미제출로 입찰서 개봉이 지연된 사례처럼 절차상 보완이 가능한 사안과는 다른 사안이라는 평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조 원 규모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인 만큼 절차적 공정성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압구정5구역 사고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현재의 입찰 시스템이 실제로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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