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정부와 업계는 단기적으로 국내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고 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자재 부족으로 산업 생산과 물가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최고가격제 지속 가능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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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협상과 함께 열리는 줄로만 알았던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위기에 처하면서 원유값은 다시 치솟고 있다. 에너지 전문 투자사 에너지 에스펙츠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 하루 평균 170만 배럴의 수출 물량이 추가로 묶일 것으로 내다봤다.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12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리터(ℓ)당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대비 0.73원 상승한 1992.2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최고가는 2498원, 최저가는 1839원이다. 2026.4.12 서울=뉴스1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정부의 3차 최고가격 동결로 다소 둔화된 상태다. 하지만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 인상을 계속 억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의 격차가 커질수록 정유사 손실 보전 등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요를 절감(에너지 절약)할 유인도 떨어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 적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억눌린 가격 상승분이 제도 종료 이후 한꺼번에 반영되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고, 가격 왜곡 및 재정 부담도 급등할 것”이라며 “유류세 추가 인하나 비축유 방출 등 다른 카드를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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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충격은 원자재 수급 문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특히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확보가 비상이다. 나프타는 비닐, 포장재, 섬유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다. 주사기 등 의료기기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주요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은 물론이고 의료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동 사태 여파로 나프타 수급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10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플라스틱 사출 업체에서 플라스틱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 2026.04.10 부천=뉴시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헬륨과 브롬 수급 불안도 크다. 이들 품목은 중동 의존도가 높고 대체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공정 전반에 피해를 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기가 극단적으로 길어질 경우 전 산업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틱시스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다른 국가 대비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0%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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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