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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오토바이와 낙하산, 보트로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한 인물에게만큼은 ‘구원자’에 가까웠다.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전쟁이 나면 언제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스라엘인들은 하마스 침공 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초강경 보수파인 네타냐후부터 찾았다. 그를 향한 반정부 시위도 멈췄다. 네타냐후는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당당하게 진군했다.
▷그렇다고 하마스 전쟁 효과가 무제한일 수는 없었다.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현직 총리 네타냐후는 일명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추진 중이었는데 2024년 1월 대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이듬해 3월에는 카타르로부터 홍보비 명목으로 65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카타르 게이트’까지 불거졌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네타냐후로서는 다시 한 번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다음 타깃은 이스라엘의 오랜 정적 이란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올 2월 11일 극비리에 백악관을 찾아가 이란 공격을 설득했다. 참모 대다수의 부정적 의견에도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달 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작전을 승인했다. 네타냐후로서는 이번 전쟁이 트럼프가 내려준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휴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 하루 만에 레바논을 공습한 것은 전쟁을 포기할 수 없다는 네타냐후의 절박함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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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레오폴도 갈티에리 군사 독재 정권은 경제난으로 정권이 붕괴 위기에 처하자 1982년 영국이 실효 지배하던 포클랜드제도를 침공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참패했고, 이는 정권이 무너지는 시간을 더 앞당겼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 나폴레옹 3세 역시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려 프로이센과 전쟁을 일으켰다가 1870년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은 이렇듯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시점 ‘최고 빌런’ 중 하나로 꼽히는 네타냐후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그 책임은 또 누가 떠안게 될까.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