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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땐 민간車 멈췄지만… 국민 불편 감수 부담에 정부 ‘신중’

입력 | 2026-04-11 01:40:00

[위클리 리포트] 고유가시대 생존법
민간 차량 운행도 제한될까… 공공 차량 제한-민간 확대는 검토
차량 부제 효과 약해 실효성 논란… 위기 격상 시 강제 가능성 열어둬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가 실시된 8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입구에 공직자 차량 2부제 시행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2026.04.08. 뉴시스

정부가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해 공공부문 차량 ‘2부제(홀짝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요일제)’를 시행하면서도 민간 차량까지 운행 제한 조치를 확대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단속 및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2일 석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면서 8일부터 공공부문 차량을 대상으로 2부제를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는 5부제를 실시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민간 부문에 차량 부제를 강제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민간부문 승용차 5부제는 에너지 수급 상황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며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민간 차량 부제 강제 시행에 조심스러운 것은 국민 불편을 감수하면서 제도를 추진할 정도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후부는 공공 차량 2부제 시행 시 월 1만7000∼8만7000배럴, 공영주차장 5부제를 통해 월 5000∼2만7000배럴의 석유 소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이 28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 부문 차량 부제를 한 달간 시행하더라도 절감 규모는 일일 소비량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민간을 포함한 강제 차량 부제가 시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1970년대 1차 석유 파동 당시 고급 승용차 운행 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50여 년 전인 당시와 지금은 생활 여건이 전혀 다르다. 1991년 걸프전 때 약 두 달간 전국적으로 10부제가 시행됐는데, 민관을 가리지 않고 차량 운행을 제한한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2부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시행되지는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국제 행사 기간 일부 지역에서 단기간 홀짝제가 운영됐지만, 에너지 절약보다는 교통 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중동 전쟁이 휴전 국면을 맞았지만 종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긴장이 고조돼 원유 수급 불안이 더욱 커지고 석유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추가 격상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에너지 수급 불안 정도와 국민 생활 및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앞서 정부는 2일 석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했다. 오일영 기후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현재 경계 단계에서는 민간 부문 5부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단계가 격상될 경우 강제 시행도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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