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얄화 가치 떨어져 코인 시장이 11조 규모 혁명수비대가 코인 거래량 절반 이상 차지
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호르무즈=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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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으로 통행료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WSJ은 암호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를 인용해 이란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자국 통화인 리얄화 가치 하락으로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 생태계가 급속도로 성장해 지난해 78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권은 국제 금융망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이용해 거래하고, 무기 및 원자재를 구매했다. 또 자금도 비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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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의 분석가 케이트린 마틴은 “포괄적 제재를 받는 국가에서 가상화폐는 유용하다”며 “국경 간 거래를 매우 간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엘립틱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국제 무역 결제와 자국 화폐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 달러에 연동된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를 5억700만 달러(약 7400억 원) 이상 확보했다.
이란 국민 역시 높은 인플레이션과 리얄화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자 암호화폐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란의 일부 자산가들은 정부의 인터넷 접속 차단이나 금융자산 압류 등을 우려해 자산을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 또는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로 옮기기도 했다. 엘립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몇 분 만에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노비텍스에서 자금 유출이 700% 급증했다. 노비텍스는 이란 국민이 리얄화를 테더로 교환하고 해외에서 다른 통화로 환전하는 주요 통로로, 1100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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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암호화폐로 징수하기로 한 결정은 이란의 암호화폐 시장이 점점 더 국가 주도로 장악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기반 통행료 제도가 실제로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해운사들이 단기간 내 대규모 암호화폐를 조달해 송금하는 과정에서 운영상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