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란전쟁에 전기료도 들썩… 전력도매가 47% 치솟아

입력 | 2026-04-10 04:30:00

본격 반영 전인데 공급가격 급등
내달이후 ‘전기료 폭탄’ 우려 커져
“전쟁 전보다 2배이상으로 뛸수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의 전력량계가 보이고 있다. 2025.07.15 뉴시스


4월 들어 전력 도매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40% 넘게 올랐다. 아직 이란 전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전력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영향이 본격화되는 5월 이후에 ‘전기료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육지 기준 전력 도매가격(SMP)은 kWh(킬로와트시)당 132.58원으로 지난해 12월(90.43원) 대비 46.6% 올랐다. 이달 들어 전력 가격은 12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SMP는 발전소가 한국전력에 공급하는 전기료 기준으로, 이 가격이 오르면 한전이 기업 등에 공급하는 전기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력 가격이 오르는 이유로는 올 들어 늘어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확대와 2월 이란 전쟁 발발이 꼽힌다. 발전소들은 1, 2월 이전에 주문한 LNG 등을 발전 원료로 쓰고 있다 하더라도 전력 가격을 책정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 2, 3월 평균치다. 전쟁 후 오른 환율이 반영되니 공급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것이다.

산업계 안팎에선 전력 가격 상승이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1월 기준 국내 발전량 중 LNG 등 가스 원료 비중은 31.3%다. 발전소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비싸게 확보한 LNG를 실제 발전에 쓰기 시작하면 전력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5월부터 가격 상승 폭이 커지며 6, 7월에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전력 도매가격은 그해 12월 kWh당 267.55원으로 전년 연평균(93.98원) 대비 약 세 배로 올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력 가격이 앞으로 전쟁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여름이 다가오면 전력 수요가 더 커지므로 발전소를 비롯해 한전, 기업, 가계 등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전력 소비를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판국에 전기료 폭탄까지 우려” 산업계 긴장
이란전쟁에 전기료도 들썩
국내 산업계는 전력 도매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말 ‘2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전기요금은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혀 당장 산업용 전기료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한국전력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 도매가격이 올랐지만 전기요금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해 2022년에만 32조655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전기료에 비용 증가를 반영해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2022년 kWh당 118.66원에서 올 1월 기준 190.10원으로 60.2% 올랐다.

한전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초체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한전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206조 원 부채를 갖고 있다. 전력 도매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될 경우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향후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전기요금 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내 제조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심한 업황 침체로 전기료 인하를 요구해 오던 석유화학, 철강업계 등이 문제로 꼽힌다. 전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추진된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기요금 감면을 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석유화학 업종은 원유를 기반으로 만드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데 전기료 부담까지 커지면 사면초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