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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나무뿐이던 산이 효자 됐다”…산촌 경제 살린 ‘숲의 힘’

입력 | 2026-04-09 16:43:00

[그린 넥스트, 숲이 해법이다] 〈2〉 일자리 되는 숲 만들기




“마른 나무만 가득해서 땔감이나 떼러 다니던 산이었는데, 일자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8일 강원 춘천 사북면 송암리 솔바우마을에서 만난 박금자 씨(77)는 방금 따온 표고버섯을 판매용 상자에 한가득 옮겨 담으며 이렇게 말했다.

표고버섯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숲에서 수확한 것이다. 한때 길도 없이 방치된 숲이었지만 2020년 일부 나무를 벌목하고 임도(林道)를 내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표고버섯 재배지로 바뀌었다. 박 씨는 “칠십 평생 이 산에서 수확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덕분에 마을 살림이 나아져 좋다”고 웃었다.

● 가꾸고, 가공하고, 체험까지…선순환

강원 춘천 도심에서 북쪽으로 20여 km 떨어져 화천군과 맞닿은 사북면은 전형적인 산촌 오지였다. 주민들은 소규모 농업에 종사했고, 산은 생활 연료나 목재를 얻기 위한 공간에 불과했다.

변화의 계기는 산림청이 2013년부터 추진한 ‘선도 산림경영단지’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산주(山主)들이 소규모로 나눠 소유하고 있던 숲을 500ha 이상 규모로 묶어 하나의 단지로 조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산림경영 모델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산림청이 지방자치단체, 산림조합과 함께 실사한 뒤 숲길 조성, 수종 선택, 임산물 재배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 지역에 적합한 산림산업을 추천한다.

솔바우마을이 포함된 춘천 사북면 일대 783ha 숲은 2019년 지자체와 산주들이 공모에 참여해 선도 산림경영단지로 선정됐다. 이후 산림청과 협의를 거쳐 산 곳곳에 총 11.67km의 숲길이 만들어졌다.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채 인력이 동원돼 일자리가 생겼고 베어낸 나무 8132t은 목재로 판매돼 약 8억37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마을 주민 김주창 씨(70)는 “불모지였던 산이 일자리와 돈이 됐다”며 웃었다.

산림 전문가들은 일대를 조사해 표고버섯, 산마늘, 더덕, 두릅 등 임산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숲 일부가 재배지로 전환됐고 2022년 이후 이곳 재배지에서 총 2161kg의 임산물이 수확됐다. 마을 주민 유한영 씨(67)는 “임산물 작목반이 생기면서 이제 농한기에도 일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숲에서 얻는 수익은 1차 생산에 그치지 않았다.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은 목공예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도시에서 귀촌한 최지혜 씨(45)는 이 마을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 ‘그렝이’를 이끌고 있다. 목재 부산물을 활용한 키링과 스툴 제작 키트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최 씨는 “목재 품질이 좋아서 앞으로 한옥 시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산물 재배는 체험 관광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약 500명이 이곳을 찾아 임산물 재배 체험에 참여했다. 마을 이장 홍성수 씨(62)는 “몇 년전만 해도 아무도 모르던 산촌이었는데 외지인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 산림에서 한 해 2만 개 일자리 창출

춘천시산림조합에 따르면 선도 산림경영단지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328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는 사북면 전체 인구(2351명)의 10%를 넘는 규모다. 춘천시는 앞으로 목재산업단지를 조성해 벌목된 목재를 마루 자재로 가공·판매하고, 야외 목조 공연장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29개 선도산림경영단지가 운영되고 있다. 경남 의령 선도산림경영단지에는 밤나무 재배지가 조성됐고, 산청 단지에서는 벌목 부산물을 압축해 만든 친환경 고체 연료 펠릿을 생산한다. 전남 순천에서는 두릅 생산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들 단지에서 주민들이 참여해 운영하는 협동조합과 마을법인 등 사회적 경영체도 32곳에 달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1만8447개, 2024년 1만7512개, 2025년 1만6321개의 산림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올해는 2만374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림청은 선도 산림경영단지 사업 등을 기반으로 꾸준히 산림 일자리를 늘려갈 예정이다. 김준순 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는 “산림 일자리는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숲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생산·가공을 넘어 산림 복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면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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