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누구나 ‘집’이 필요하다[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01〉

입력 | 2026-04-07 23:06:00


“난 언니가 있었잖아.”

―요아킴 트리에 ‘센티멘탈 밸류’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연극배우 노라(레나테 레인스베 분)가 어린 시절 집의 관점으로 썼던 글이 그것이다. 그저 사물에 불과한 집을 노라는 마치 인격을 가진 존재처럼 표현한다. 일찍부터 배우의 싹을 보였던 셈이다. 하지만 노라는 어려서 자신과 여동생을 두고 떠나버린 아버지 구스타브(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분)에 대해 상실감과 분노를 갖고 있다. 노라가 연극을 하게 된 건 그 감정들을 배역이라는 안전한 가면을 쓴 채 풀어낼 수 있어서다. 노라에게 연극은 그래서 집이다.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게 해주는 집.

대뜸 그녀를 찾아와 새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 요구하는 영화감독 구스타브에겐 영화가 그런 존재다. 일곱 살 때 자살한 엄마가 남긴 깊은 상처로, 도망치듯 집을 떠난 구스타브는 영화 속에서 그 안전한 집을 찾는다. 나이 들어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온 구스타브는 이제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 때문에 상처 입은 딸에게도 위로를 전하려 한다.

아버지의 출연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던 노라는 여동생이 가져온 아빠의 시나리오를 읽고는 결국 오열하고 만다. 아버지 또한 자신과 똑같은 절망을 경험했고 자신처럼 자기만의 집이 필요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눈물을 흘리던 노라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왜 너는 망가지지 않았어?”라고 묻자 여동생은 말한다. “난 언니가 있었잖아.” 언니가 동생의 든든한 집이 되어 줬던 거였다. 언니의 품에 여동생이 꼭 안겨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 영화의 명장면은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되어 주는 ‘집’이 왜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예술이든 혹은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안전한 집의 소중함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