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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간과해선 안 될 ‘보이지 않는 파업 비용’[기고/송헌재]

입력 | 2026-04-07 00:30:00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파업 논의는 대부분 임금과 성과급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파업이 발생하면 평택 공장 생산의 절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생산 감소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삼성전자의 기초 체력으로 금방 복구할 수 있다. 정말 우려되는 비용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특히 반도체처럼 글로벌 공급망과 직결된 산업에서는 구조적 후유증이 초래하는 장기적인 비용이 훨씬 더 치명적이다.

첫 번째 보이지 않는 비용은 ‘신뢰 손실’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다. 고객사는 수년 단위 계약을 맺고 공급 안정성을 기준으로 거래한다. 그런데 파업으로 생산이 흔들리면 고객은 즉각적으로 다른 공급처를 검토하게 된다. 문제는 이 이동이 일시적 대응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망은 한번 재편되면 쉽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투자 지연 비용’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 원 단위의 선제 투자가 필수인 산업이다. 그런데 파업으로 생산과 수익이 불안정해지면 기업은 투자 결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 이 지연은 단순한 시간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기술은 1, 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 실제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5조∼9조 원 수준의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결국 이는 미래 기술 격차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가격 왜곡 효과’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과 공급처 다변화를 촉진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 불안은 고객사의 전략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수요 증가와 공급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 시장 전반이 요동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네 번째는 ‘산업 생태계 붕괴 위험’이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이 아니라 수천 개 협력사로 연결된 구조다. 생산이 줄어들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중소 협력사는 수요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가동률 하락이 곧 투자 축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파업의 비용은 삼성전자 내부를 벗어나 외부 산업 생태계로 확산된다.

다섯 번째는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며 삼성전자는 그 중심에 있다. 이런 기업이 반복적으로 파업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 전체를 불안정한 투자처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외국인 투자 감소와 자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비용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기 손실은 협상으로 복구할 수 있지만 신뢰와 시장 구조의 변화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결국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 투자, 공급망, 그리고 국가 경쟁력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사건이다. 파업이 가져오는 경제적 손실은 숫자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 삼성 파업의 진짜 위험이 여기에 있다.

노조의 파업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그렇지만 파업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노조도 오랫동안 이 비용을 고스란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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