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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 수재는 왜 살인자가 되었나…절친이 되짚어본 비극

입력 | 2026-04-03 11:28:00

[책의 향기]
◇슬픈 살인/조너선 로즌 지음·박다솜 옮김/744쪽·2만8000원/문학동네




이 책의 저자 조너선 로즌(왼쪽)과 절친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마이클 라우도어. 책은 라우도어가 살인을 저지르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 일련의 과정을 미국 사회의 배경, 정신질환 의학 이론과 역사를 모아 입체적으로 탐구한 회고록이다. 문학동네 제공

1994년 미국 뉴욕타임스(NYT) 1면을 장식한 마이클 라우도어. 그는 1분에 1200개 단어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또래를 압도하는 학습 능력을 지녔고, 예일대를 3년 만에 수석 졸업한 뒤 최상위 경영 컨설팅 기업에 취직한 엘리트였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갑자기 조현병이 찾아온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된 후 예일대 법학대학원 진학에까지 성공하자, 그는 ‘조현병을 극복한 천재’로 전국적인 스타가 된다.

출판사는 거액의 선인세를 주고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는 라우도어에게 영화 판권을 산다. ‘광기’라는 가제의 영화에서 라우도어를 연기할 배우로 당대 최고 스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가 물망에 오른다. 집필과 대외 활동으로 라우도어는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그의 내면엔 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1998년, 망상에 사로잡힌 그는 임신한 여자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라우도어를 10세 때부터 지켜봤으며 예일대도 함께 다녔던 ‘절친’이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 과정을 미국 사회의 배경, 정신질환 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탐구한 회고록이다. 두 사람 모두 유대계 집안 출신으로 비슷한 사회적 배경과 가정 환경을 공유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복잡한 정치 이야기와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할 만큼 비범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던 라우도어를 어린 시절 저자는 동경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두 사람의 미묘한 우정을 따라가다 보면 라우도어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데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문화적 배경을 자연스레 읽어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학업 성취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유대계 부모들은 과도한 압박감을 주곤 했다. 1980년대 미국 사회 특유의 엘리트주의 문화가 결합하며, 라우도어는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내면의 불안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라우도어는 단순한 편집증적 불안이나 집착을 점차 망상으로 키워나간다. 세상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으며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미행한다고 느낀다.

라우도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 중 하나는 ‘강제 입원 금지’였다. 정신건강 인권운동으로 위험성이나 폭력성이 없는 환자의 강제 입원을 금지했다. 이 틈바구니로 우월한 천재로만 조명됐던 라우도어의 질환은 가려졌고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책은 천재성과 광기의 얇은 경계,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낙인 등 복합적 층위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다. 라우도어를 정신질환에 무지했던 사회의 희생자이자,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낸다.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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