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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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석 달 뒤 꺼질 예정이던 석탄화력발전소의 불을 다시 지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자 이재명 대통령은 6월부터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를 두고 “(중동 전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겠다는 ‘탈탄소’를 내걸고 광폭 행보를 보였다. 국정과제에는 ‘2040년 석탄발전소 폐쇄’가 포함됐다.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를 폐쇄하고, 나머지 21기는 공론화를 거쳐 올해 안에 존폐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과 중국 등 인접국이 가입을 미루고 있는 국제탈석탄동맹(PPCA)에도 동참했다. PPCA는 한국과 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상대로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라고 권고한다. 석탄발전 중단 시기가 정부 국정과제보다 10년이나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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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녹색 문명’을 표방해 온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다시 석탄화력발전을 꺼내든 것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기저전원’은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뿐이다.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밤낮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까지 부족하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각 가정과 산업단지 등 전력 소비원까지 전기를 끌어올 수 있는 인프라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 극복 방안에서 목표한 대로 올해 안에 7GW(기가와트)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면서 이를 모두 태양광으로 보급한다면 70㎢가량의 용지가 필요하다. 서울 송파구 면적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원도 확대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해외에서도 폐쇄를 추진하던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그동안 자제했던 구형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막혀 고전 중인 독일은 2030년까지 공언한 석탄 퇴출 약속을 미루고 석탄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를 고민하던 미국은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들을 잇달아 재가동한 건 물론이고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높여 발전원을 다양화하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이란 전쟁과 같은 예상치 못한 돌반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했을 때 발생할 전력 공백을 메울 현실적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탈석탄 로드맵’에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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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