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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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인기가 시들해지자마자 ‘제2의 두쫀쿠’가 등장했다. 갑자기 봄동비빔밥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도배하며 봄철 평범한 집 반찬이었던 봄동 가격을 한 주 만에 30%가량 올려놓더니, 유행이 그새 버터떡으로 옮겨붙었다. 오픈런을 해도 못 사먹던 두쫀쿠는 매대에서 남아 도는데, 버터떡으로 유명한 유명 베이커리엔 3시간짜리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유행이 어떤 수순을 밟을지 다들 알고 있다. 소셜미디어 중심의 인증·후기 열풍으로 정점을 찍으면 프랜차이즈와 편의점까지 합세하며 유행이 꺾인다. 3, 4개월이면 시들해지고 길어도 반년을 못 간다. 그런데도 매번 새로운 유행이 나타날 때마다 모두 들썩인다. 두바이 초콜릿, 말차 인기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특정한 식음료 유행이 퍼지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한국에선 최근 그 정도가 유별나다.
한국은 원래도 유행과 그로 인한 업종 변화 주기가 빨랐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집단주의와 심리적 동조 현상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쇼츠나 릴스 등 알고리즘 기반의 짧은 콘텐츠 범람까지 더해져 유행의 속도와 강도가 과열되고 있다. 두쫀쿠 유행으로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가 1년 사이 84% 상승(1월 기준)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가격 왜곡 현상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나도 안 해 볼 수 없다’는 사회적 압박이 작용하면서 소비의 피로감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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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을 파괴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를 지적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의지나 주의력을 탈취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가급적 오랜 시간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붙잡아 두고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짧고 강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노출한다. 이런 환경에 둔감해지면 취향은 사라지고 즉각적 반응만 남게 된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집중력 저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불 붙었다 꺼지길 반복하는 최근의 유행 역시 소비자의 주체적 선택이라기보단 알고리즘 시대의 기형적 산물로 보인다.
남들이 다 하니까 재미로 따라 해 보는 게 유행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한 사회의 문화가 편향성과 상업성을 양 축으로 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된다는 건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속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히 재미로만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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