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여관 ‘젊은 골동’ 전시에서 만난 백자 항아리.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제공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요강 크기의 백자 항아리였습니다. 깨진 부분이 많아 대수선을 했는데 한쪽 면이 시멘트로 붙어 있더군요. 그걸로도 충분치 않아 주둥이와 몸통 전체를 철사로 고정했고요. 얼마나 아끼는 아이였으면 저렇게까지 공을 들여 수선했을까 싶었습니다. ‘어쩌다가 저리 크게 깨뜨렸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고요. 비록 철사와 시멘트로 고정된 신세였지만 차분하고 담담한 기운의 빛깔, 옹졸하지 않고 넉넉한 형태와 곡선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팀들을 만나 어떻게 골동과 사랑에 빠졌는지,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작품을 컬렉션하는지 묻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대신 며칠 후 서촌에 있는 갤러리 이예하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이보람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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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골동의 두툼하고 투박한 미감을 계속 들여다보니 어느 순간 아프리카 미술하고 연결이 되더라고요. 아프리카 미술은 또다시 미드센추리 가구와 연결이 되고요.” 실제 아프리카 미술과 미드센추리 가구는 공통분모가 많지요. 장식을 배제한 단순한 형태, 문명화되기 전의 순수한 미감, 유기적인 곡선과 기하하적 단순미, 무엇보다 원시적 기운이 양쪽 모두에 심지처럼 박혀 있습니다. 심신의 평화를 얻으러 날아간 제주에서 서양미술사의 또 다른 원형을 만난 그녀가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보안여관에 출동한 골동 애호가들에게도 분명 그런 사랑의 스토리가 있겠지요.
흔히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움에 위안받은 개인들이 결국 세상을 이루는 것이니까요. 복제 불가능한 시간과 정성의 흔적이 신선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주는 ‘골동’이 그날 이후로 더 궁금해졌습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