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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 칼럼]대통령의 한 방향 ‘SNS 정책’, 애드벌룬이 필요하다

입력 | 2026-03-10 23:21:00

연일 발신되는 李대통령 ‘X’ 정책 메시지
집값 억제, 대외충격 신속 대응에는 효과
기존 세제·가격 정책과 엇박자 가능성도
각 부처 장차관 정책 구상할 여유 줘야



박중현 논설위원


중앙부처 장관, 차관 등 고위 관료들이 과거 자주 쓰던 표현으로 ‘애드벌룬을 띄운다’라는 게 있다. 정책을 내놓기 전 관련 정보를 언론에 슬쩍 흘리고, 뉴스가 나온 뒤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일이다. ‘관측용 풍선 띄우기(floating a trial balloon)’란 같은 의미의 영어 표현에서 유래한 걸로 보인다. 솜씨 좋은 경제 관료들이 이 기술을 자주 썼다. 김대중 정부 시절 ‘애드벌룬 띄우기 달인’으로 불리던 관료가 진념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정책 만들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언론이 대신 짚어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그가 애드벌룬 띄우기를 애용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연일 정책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의 직접소통 방식이 되살아났다. 부동산 정책이나 물가 등 민생 관련 사안이 많은데, “대통령이 저런 것까지 알고 챙기나” 싶은 세부적 내용을 짚는 게 특징이다.

부동산 정책은 이 대통령 X 메시지를 보지 않고는 방향을 알기 힘들 정도다. 1월 23일 “5월 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주택자와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달 초엔 “같은 다주택인데 한때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며 임대사업자로 전선을 넓혔다. 지난달 말엔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했다. 2년 넘게 오르기만 하던 서울 강남 3구, 용산 아파트 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건 순전히 이 대통령 X 메시지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감정’이 실린 메시지도 나온다. 지난달 21일에는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 이들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한다는 주장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부족의 원인인 다주택·주택임대 사업을 비호하는 기적의 논리”라고 했다.

이 대통령식 계산법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실에선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내놓는 집의 숫자만큼 전·월세 수요자가 집을 사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다주택자 등이 내놓는 비싼 아파트는 대출이 꽁꽁 묶인 상태에서 일반 세입자가 사기엔 과하다. 반대로 임대하다 내놓은 다세대·빌라는 세입자들이 사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혼부부, 분가 1인 가구의 전·월세 수요는 계속 추가된다.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고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의 첫 단추를 양도소득세 중과로 끼운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한국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실효세율은 0.1% 정도로 1% 안팎인 미국에 비해 낮다. 반면 양도세와 취득세를 합한 거래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려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를 제일 앞세우다 보니 세제 개편안을 만드는 공무원들로선 양도세 낮추자는 말을 꺼내기 어렵게 됐다.

중동 사태로 급등한 유류 가격과 관련해선 이달 6일 “담합과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 범죄로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설탕, 전분당 업체들의 담합을 적발하고, 제 발 저린 기업들이 가격을 내린 데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30년간 사용된 적 없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과감히 꺼내 들었다.

가격을 낮추려는 목표는 같지만, 담합 규제와 최고가격제는 완전히 상반된 경제 이념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시장의 가격경쟁을 정상화하는 것이 담합 규제라면, 최고가격제는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을 멈추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란 초유의 사태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최고가격제를 이 대통령이 꺼내자마자 관련 부처들이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숙제하듯 성급하게 실행하는 건 곤란하다.

자기 확신, 추진력이 강한 리더가 목표 제시를 넘어 구체적 방법론까지 일일이 정해버리면 중간 간부는 할 일이 없어진다.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며 ‘불퇴전’의 결의를 보이는 이 대통령 앞에서 예상되는 정책 부작용을 조목조목 제기할 공무원은 많지 않다. 이러다 예상 못 한 정책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책임은 모두 이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장차관들이 스스로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애드벌룬’이라도 띄워 볼 여유가 필요하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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