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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 해 신규 박사 2만 명… ‘고학력 실업’ 양산 시대의 그늘

입력 | 2026-03-10 23:24:00


‘대학생이 죄지으면 대학원에 간다’는 일부의 자조가 있을 정도로 석박사 과정은 고단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견디며 20대 내내 학문에 정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신규 배출된 박사가 1만9831명으로 집계됐다. 박사 학위 취득자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많다. 학령 인구가 급감한 지난 10년간 박사 학위 취득자는 오히려 51%나 늘었다.

국내 대학 진학률이 높다 보니 연쇄적으로 대학원 진학률도 높다. 유학생 박사, 여성 박사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까닭도 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를 빼고 박사 과잉을 설명할 수 없다. 원래 고용률과 대학원 진학률은 반비례한다. 취업이 어려우면 경력 공백을 막으려는 진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박사 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더니, 박사 과정에 진학한 이유로 ‘전문성 향상’(37.5%)을 첫손에 꼽았다. ‘교수, 연구원이 되기 위해’(35.5%)를 앞섰다. 박사 학위를 학계 진출 통로보다 구직 사다리로 여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10명 중 6명만 일자리를 구했다. 이 숫자도 ‘주경야독’하는 직장인 박사를 포함한 것이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는 절반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박사 과잉 공급에 따른 ‘임금 디플레’도 심각하다. 지난해 박사 취업자의 연봉은 2000만∼4000만 원이 27.2%로 가장 많았다. 연봉 2000만 원 미만도 10.4%나 된다. 시간강사, 비정규직 연구원 등이 많아서다.

박사 구직난에는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고질병이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한 해 생기는 대학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직 자리는 1000개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학은 교수 대신 시간강사 채용만 늘리고 대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니 청년 박사들이 갈 곳이 없다. 이공계 박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애써 키운 국가의 인적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더욱이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학위로 능력을 증명하는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박사 구직난을 개인의 실패로 놔둘 것이 아니라 학위 과정을 인구,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과감히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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