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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악기라는 고정관념 벗어나고파…호른의 다른 얼굴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26-03-10 15:33:00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금관악기 호른을 ‘오케스트라의 영혼’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호른은 따뜻하고 깊은 음색으로 다른 악기들을 감싸며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호른은 개성 있는 독주보다는 타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는 ‘배경 악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리사이틀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변신)’를 개최하는 호르니스트 김홍박(44)은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다. 호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9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홍박은 “기존에 잘 알려진 로맨틱한 음색의 호른을 넘어 다양한 결의 소리를 가진 ‘호른의 현재’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전 리사이틀에서는 호른이 가장 활발하게 쓰였던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 특히 슈만과 브람스 음악을 중심으로 선보였어요. 이번에는 호른의 음색과 질감을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현대 레퍼토리를 준비했습니다. 익숙한 ‘로맨틱한 호른’도 좋지만, 저를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호른의 색다른 소리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의 가장 큰 특징은 약 1시간 30분 공연 가운데 1부 전체를 호른 독주로 채웠다는 점이다. 약 30분 동안 피아노나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한 대의 호른만으로 무대를 이끄는 쉽지 않은 무대다. 김홍박은 “유학 시절 스승들에게 ‘호른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감정과 온도, 시대의 분위기까지 담을 수 있을 만큼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그래서인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1부 첫 곡은 호주 작곡가 캐서린 리쿠타의 ‘I Threw a Shoe at a Cat’(2017년)이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작품은 작곡가의 동료가 길고양이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신발을 던졌다가 어깨를 다쳐 회복한 실제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곡이다.

김홍박은 “복잡한 기법을 요구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호흡을 세밀하게 조절해 다양한 소리를 표현해야 한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행동을 물어보며 고양이 이미지를 소리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2부에선 실내악 연주단체 ‘클럽M’에서 인연을 맺은 작곡가 손일훈의 헌정곡 ‘메타모포시스’가 세계 초연된다. 공연 제목과 같은 이 곡은 피아노와 호른이 대화를 나누듯 전개되며 변화의 과정을 음악적으로 그려낸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어느 순간 차분하게 변신한 상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곡이에요. 선율이나 화성 중심의 음악이 아닌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손 작곡가는 매우 신선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색다른 음악이 나온 것 같아요.”

김홍박은 국내 호른 연주자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경력을 지녔다. 2000년 18세의 나이로 동아음악콩쿠르 호른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으로 선임돼 2023년까지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음원이나 영상에서 음색을 그대로 담을 수 없는 악기 중 하나가 호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선 공연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호른의 입체적인 소리를 마음껏 들려드리고 싶어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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