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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이해인·최인호…‘56년 샘터’ 명문장, 필사집으로 재탄생

입력 | 2026-03-10 13:22:00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 중 한 곳인 ‘우래옥’. 어느 날 오랜 단골이 음식을 반쯤 남기더니 “오늘은 오래 사탕을 물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유독 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던 모양. ‘오랜 단골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싶었지만, 다음날 손님은 여전히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들어서며 한마디했다. “가족이라면 싫은 소리를 먼저 해야죠.”

월간지 ‘샘터’ 1986년 4월호에 실린 에피소드다. 우래옥 당시 사장인 장진건 씨가 산문 ‘한 가족의 식탁에 올리듯’에서 소개했다. 이 글은 지난달 25일 출간된 필사집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에 다시 수록됐다. 1970년 4월 창간한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의 글 가운데 문장들을 엄선해 엮은 필사집이다.

필사집엔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등 당대 문장가들의 산문뿐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독자들의 문장도 함께 담았다. 샘터 편집부는 “문장을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였다”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청정한 숨을 불어넣을 문장인가”라고 했다.

선정된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도 덧붙였다. 답을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문장의 의미가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취지다. 글의 감동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정채봉 작가의 ‘어둠을 찍어낸 광부’, 배우 안성기의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 인격이 앞선다’ 등 20편은 발췌문에 더해 전문도 실었다.

이해인 수녀는 필사집 추천사에서 “오래된 ‘샘터’ 애독자이자 필자로서 이 필사집은 마치 커다란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나태주 시인도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문장들만 골라냈으니, 그 문장들은 바닷가 모래밭의 조약돌들처럼 충분히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서도 반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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