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 1945원…전월보다 200원가량 올라, 경유는 300원↑ 석유류 하락 덕에 버텼던 물가…3월 상승 압력 확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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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에도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최근 리터(L)당 1900원을 넘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국제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 온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소비자물가에 직접 반영되는 데다 물류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3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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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일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945.73원, 경유는 1967.39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각각 4.02원, 3.83원 오른 수준이다.
상승 폭은 다소 둔화했지만, 중동 사태 발발 전인 지난달 28일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폭은 여전히 크다. 당시 서울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각각 1749.65원, 1664.21원이었는데, 이후 각각 196.08원과 303.18원이나 급등했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190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4년 만이다. 전국 평균 가격도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같은 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95.34원, 경유는 1917.77원으로 전날보다 각각 5.94원, 7.22원 상승했다.
다만 최근 국내 유가 급등을 단순히 중동 사태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처음 공격한 지난달 28일 이후 국내 유가는 불과 하루 만에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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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 고조 여파로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2.21% 오른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또 다른 기준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도 ICE 선물거래소에서 8.52% 상승한 배럴당 92.6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일일 기준 최대 상승 폭이다.
주간 기준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WTI는 한 주 동안 35.63% 급등해 지난 1983년 선물 거래 시작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브렌트유 역시 약 28% 상승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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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석유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 휘발유(-2.7%), 자동차용 LPG(-7.4%), 경유(-0.8%) 등 주요 석유 제품 가격이 모두 내린 영향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는데, 이는 국제유가 안정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하락했던 석유류 물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경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은 458개로 가중치 합계가 1000인데, 이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 등 6개 석유류 품목의 가중치는 46.6에 달한다. 이는 농산물(38.4), 채소류(14.3), 수산물(10.8)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석유류는 지난달 국제 유가가 전년 동월 대비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며 “지난 28일 중동 상황 이후 이번 달 3일과 4일 휘발윳값이 일일 단위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물가에 휘발유 가격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유가 상승이 이달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기관들도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를 기록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p)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 역시 브렌트유 가격이 연평균 기준 20% 상승할 경우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p 올라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과거에도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두바이유는 2022년 3월 배럴당 127.86달러, 브렌트유는 127.9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3.7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여파로 국내 소비자물가는 9개월 연속 5% 이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3월 4.2%로 4%대에 진입한 뒤 5월 5.3%, 6월 6.0%, 7월 6.3%까지 상승했다. 이후 2023년 1월까지 9개월 연속 5%대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기름값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2022년 6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6.0% 가운데 1.58%p를 끌어올렸다.
정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시장 교란을 차단하기 위해 최고가격제 도입 검토와 폭리·매점매석 단속 등 대응에 나섰다. 주유소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중동 사태를 틈탄 과도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계란·고등어·김 등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해 최대 50% 할인지원을 지속하고 미국산 신선란 공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외 충격이 석유류 가격 상승 등 민생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하겠다”며 “지금 중동 상황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대응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