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이란 젊은이들의 내적 동력, ‘30+16’
2016년 2월, 4년 임기의 이슬람의회(국회 격) 의원 290명과 8년 임기의 전문가의회(최고지도자 선출 및 탄핵) 의원 88명을 동시에 뽑는 선거에서 이란 젊은이들은 ‘30+16’이라고 적은 판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서 출마한 온건·개혁 성향 후보를 한 명도 빠짐없이 당선시키자는 뜻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보고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란은 헌법수호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을 심사하기에, 조금이라도 체제에 거슬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입후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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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혁 성향 인물의 출마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출마가 가능한 사람을 모두 뽑겠다는 말은 사실 현실감이 ‘제로’였다. 그러나 이란의 젊은이들은 놀라운 힘을 보여 줬다. 선거 결과는 이슬람의회 의원 30명+전문가의회 의원 15명! 마지막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는 내세웠던 대로 ‘30+16’이었다. 강경파 정치인과 보수적 성직자를 몰아내기 위해 국영 언론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개혁파 후보들을 텔레그램과 와츠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놀라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헌법수호위에 쓴맛을 보여주고 의회에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온건파 내지 개혁파에 표를 던졌다.
2015년 7월 미국을 위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사실상 2016년 ‘30+15’의 원동력이었다. 선거 한 달 전인 2016년 1월 16일 JCPOA가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JCPOA를 폐기하고 이란에 최대 압박 제재를 가하면서 온건·개혁파가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와 사회 발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다.
트럼프 걷어찬 ‘핵합의’, 그리고 닫힌 문
이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권교체를 외치며 이란의 강경 지도부를 모두 사지로 몰고 간다 해도 2016년 ‘30+15’의 희망이 부활할 여지는 없다. 외세가 제아무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노래하며 정권교체를 이룬다 해도 그런 지도부가 이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비밀정보국(MI6)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를 1953년 친위 쿠데타로 쫓아내 모하마드 레자 샤의 왕권을 되찾아 줬고, 샤는 두 나라의 이익을 지켜주려 애썼다. 외세 개입으로 물줄기를 바꾼 비극의 역사가 재현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 테헤란은 불타고 있고, 무고한 이란 국민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주검 앞에 흐느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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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