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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현도]이란에 국민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입력 | 2026-03-06 23:15:00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정점인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국민을 향해 “이란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노골적인 외세의 개입 없이도 이란 스스로 민주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는데, 2018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물거품이 된 역사가 있다.

이란 젊은이들의 내적 동력, ‘30+16’

2016년 2월, 4년 임기의 이슬람의회(국회 격) 의원 290명과 8년 임기의 전문가의회(최고지도자 선출 및 탄핵) 의원 88명을 동시에 뽑는 선거에서 이란 젊은이들은 ‘30+16’이라고 적은 판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서 출마한 온건·개혁 성향 후보를 한 명도 빠짐없이 당선시키자는 뜻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보고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란은 헌법수호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을 심사하기에, 조금이라도 체제에 거슬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입후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 인물은 헌법수호위의 심사를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킨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로, 최근 최고지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하산도 2016년 전문가의회 후보 심사에서 떨어졌다. 개혁 성향의 성직자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그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헌법수호위는 알려줘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심사에 오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개혁 성향 인물의 출마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출마가 가능한 사람을 모두 뽑겠다는 말은 사실 현실감이 ‘제로’였다. 그러나 이란의 젊은이들은 놀라운 힘을 보여 줬다. 선거 결과는 이슬람의회 의원 30명+전문가의회 의원 15명! 마지막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는 내세웠던 대로 ‘30+16’이었다. 강경파 정치인과 보수적 성직자를 몰아내기 위해 국영 언론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개혁파 후보들을 텔레그램과 와츠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놀라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헌법수호위에 쓴맛을 보여주고 의회에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온건파 내지 개혁파에 표를 던졌다.

2015년 7월 미국을 위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사실상 2016년 ‘30+15’의 원동력이었다. 선거 한 달 전인 2016년 1월 16일 JCPOA가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JCPOA를 폐기하고 이란에 최대 압박 제재를 가하면서 온건·개혁파가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와 사회 발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다.

트럼프 걷어찬 ‘핵합의’, 그리고 닫힌 문

이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권교체를 외치며 이란의 강경 지도부를 모두 사지로 몰고 간다 해도 2016년 ‘30+15’의 희망이 부활할 여지는 없다. 외세가 제아무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노래하며 정권교체를 이룬다 해도 그런 지도부가 이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비밀정보국(MI6)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를 1953년 친위 쿠데타로 쫓아내 모하마드 레자 샤의 왕권을 되찾아 줬고, 샤는 두 나라의 이익을 지켜주려 애썼다. 외세 개입으로 물줄기를 바꾼 비극의 역사가 재현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 테헤란은 불타고 있고, 무고한 이란 국민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주검 앞에 흐느껴 울고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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