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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우리 대신 미군과 계약한 오픈AI, 안전장치 마련 거짓말”[테크챗]

입력 | 2026-03-05 16:04:00


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클로드 상징 일러스트. 앤스로픽 제공


미국 국방부와 갈등을 빚으며 연방 기관들과 거래가 끊긴 앤스로픽이, 그 틈을 노려 미 국방부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오픈AI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픈AI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대규모 감시 및 자율살상무기 개발을 반대하고 이를 막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란 공습으로 AI 안전성에 대한 빅테크들의 입장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빅테크의 매출 구조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중심이던 앤스로픽은 고객이던 방산기업이 떠나가는 대신 앤스로픽을 지지하는 개인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소비자 매출 위주던 오픈AI는 국방부라는 새로운 고객을 얻었지만, AI 무기화를 반대하는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앤스로픽 “오픈AI, 협상가로 거짓되게 포장하고 있어”

앤스로픽 공동 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왼쪽) 앤스로픽 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오른쪽) 앤스로픽 사장. 앤스로픽 제공


4일(현지 시각)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오픈AI와 미국 국방부의 협력은 ‘보여주기식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모데이 CEO는 오픈AI가 미 국방부와의 거래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밝힌 데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평화 중재자이자 협상가로 거짓되게 포장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앤스로픽이 AI 모델 ‘클로드’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정부 요청을 거절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연방기관들에게 “앤스로픽 사용을 금지한다”며 앤스로픽에게 “6개월 안에 협조하라”는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 미 국방부의 기밀 네트워크에 자사 AI 모델을 통합하겠다고 밝힌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며 중재 역할에 나선 바 있다.

미 국방부·앤스로픽 갈등 일지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선택이 회사의 매출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가 기업에서 나오는 앤스로픽의 경우 미 국방부에게 미운털이 박히며 연방 기관들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다고 밝히며 “미군과 거래하는 모든 계약업체, 공급업체는 해당 회사(앤스로픽)와 어떤 상업 활동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방산 기업들은 하나 둘 앤스로픽 ‘손절’에 나섰다. 첫 스타트를 끊은 록히드마틴은 4일(현지 시각) “대통령과 국방부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며 앤스로픽의 클로드 사용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했다. 록히드마틴은 “단일 AI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지 않으므로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산 분야 투자사인 J2벤처스가 투자한 방산 스타트업 10개사도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AI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엇갈린 운명
방산업계 고객들은 대거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앤스로픽의 개인 소비자들은 크게 늘고 있다. 앤스로픽은 지난 28일(현지 시각)부터 지금(3월 5일 기준)까지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너무 많은 사용자가 몰리며 ‘먹통’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하는 유료 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의 손을 잡은 오픈AI는 방산 업계라는 새로운 매출 창구가 생겼지만 소비자들들 사이에서는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는 매출의 약 60~70% 가량이 소비자에서 나오는데, 국방부와의 협력 사실이 알려진 이후 챗GPT 앱 삭제율이 하루 만에 295%가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는 ‘챗GPT를 퇴출하자’는 시위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앤스로픽에게 수습할 수 있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 만큼 그 사이에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AI 무기화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기 때문에 관련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국방부와 AI 사용 방식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6개월 내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군에서 다시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군 시스템에 클로드가 많이 침투한 상황이라 하루 아침에 다른 AI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가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에는 방산 AI 기업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활용됐는데, 이 시스템에는 클로드가 내장돼 있다. 팔란티어는 메이븐을 제공하는 대가로 국방부와 10억 달러(1조 47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스로픽의 사용 금지 명령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팔란티어는 다른 AI를 활용해 시스템을 새롭게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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