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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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세계 최대 금융회사는 어디일까. 2025년 기준 시가총액으로는 JP모건 체이스(약 8700억 달러)이고, 총자산 기준으로는 중국공상은행(ICBC·약 6조3000억 달러)이다. 그러나 통상 총운용자산(AUM)을 기준으로 최대를 가른다. 이 기준에서 블랙록은 약 14조 달러(약 2경 원)로, 2위 뱅가드(약 12조 달러)를 여유 있게 앞선다.
AUM은 고객이 맡긴 자금이다. 블랙록은 이 돈을 운용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블랙록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TSMC 등을 담은 반도체 ETF를 구성했다고 하자. 투자자가 이 ETF를 1억 달러어치 매수하면, 블랙록은 그 자금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비중에 맞게 사들이고 관리한다. 그런데 블랙록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은 자금을 맡긴 고객이 아니라 블랙록이 행사한다. 운용자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에서 사실상 최대주주급 영향력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블랙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 지분을 5% 이상,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지분은 7% 이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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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는 이후 리스크 관리에 중심을 둔 투자를 시작한다. 1988년 블랙스톤에 지분 50%를 넘기고 500만 달러의 신용한도를 받아 채권 운용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블랙록이라는 독립 브랜드를 세웠다.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성과 보상과 지분 문제를 둘러싸고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1994년 슈워츠먼은 블랙록 지분을 PNC은행에 매각했다. 훗날 그는 이를 가장 후회하는 결정 중 하나로 꼽았다.
핑크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인 ‘알라딘’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가 부실자산 평가에 이를 활용하면서 그 가치가 입증됐다. 이후 알라딘은 전 세계 1000개 이상 기관이 사용하는 금융 인프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블랙록은 2009년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BGI)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올라섰다. BGI가 보유한 ETF 브랜드 ‘iShares’는 블랙록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고, 현재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28%를 점유하며 독보적인 1위다.
오늘날 핑크는 개인투자자들도 인프라, 사모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있다. 또한 모든 자산이 토큰화될 것이라며 관련 펀드를 출시하고, 펀드가 코인처럼 거래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금융회사의 행보에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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