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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한국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ABC

입력 | 2026-03-03 00:30:00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도인 ‘한국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형 BDC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형 공모펀드로 개인 투자자가 상장주식 매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기 5년 이상의 폐쇄형 구조지만 거래소 상장을 통해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 자본 공급과 유동성 간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BDC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주투자대상기업인 비상장 벤처·혁신기업,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등에 자산 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한다. 코스닥 상장사 투자는 30%까지만 인정하고, 시총 2000억 원 이하 기업에 한정한다. 자산총액 10%를 초과해 동일 주투자대상기업에 동일 방식으로 투자할 수 없고, 주투자대상기업의 지분 50%(일반 공모펀드는 10%)를 초과해 투자할 수 없다. 그 외에는 안전자산인 현금, 국공채, 예·적금 등에 10% 이상의 투자 의무가 부과돼 나머지 30% 미만은 코스닥·조합 추가 투자 등 운용 규제에 따른 재량의 영역이다. 투자 방법은 증권 매입, 금전 대여 방식이다. 금전 대여는 모험자본 육성 취지를 고려해 주투자대상기업 투자 금액의 40% 한도로 제한한다.

한국형 BDC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은 벤처 투자의 ‘중간 공백’ 해소다. 초기 단계는 정책자금과 벤처캐피털(VC)이 담당하고 프리 기업공개(IPO) 이후에는 대형 사모펀드가 주도하지만, 시리즈 B·C단계에서는 자금 공백이 반복돼 왔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는 BDC는 이 구간에서 자본의 연속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BDC 제도의 가장 중요한 의의 가운데 하나는 벤처·혁신기업의 성장 과실을 개인 투자자와 함께 향유해 국민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다. 현재 1호 BDC 펀드 상품을 두고 한화·미래·NH아문디·한투·신한운용 등 5개사 간 경쟁이 진행 중이다.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금융상품) 중심으로 출발한 후 보통주를 늘려 나가는 방안이 논의된다.

한국형 BDC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연동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BDC 기업들은 여타 채권 및 주식형 자산들에 비해 배당 수익률이 높다. 특히 벤처·혁신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경우 BDC는 인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이익의 90% 이상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비과세해 주는 만큼 고배당 상품으로 설계가 돼 있다. 미국과 같은 배당 우호적 제도 설계는 과제로 남아 있지만, 향후 국내 BDC도 상품 다변화가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고배당 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BDC 제도가 안착한다면 자본시장 내 벤처 투자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장기투자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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