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전시 중 관람 권하는 ‘이 계절의 명화’ 겸재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박연폭포’부터 정선의 벗 관아재 조영석 ‘설중방우도’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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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휴관에 들어갔던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전시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이달 재개관했다. 지난해에만 650만명이 찾은 ‘국중박’을 새롭게 읽고 싶다면, 이번 개편의 가장 강력한 카드인 ‘이 계절의 명화’부터 눈여겨볼 만하다.
서화 3실에서는 약 3개월마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리고, 그중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을 ‘이 계절의 명화’로 정했다. 첫 주제는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 ▲겸재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관아재 조영석의 ‘설중방우도’가 걸렸다.
보물인 ‘신묘년풍악도첩’은 국중박 소장품이다. 반면 그간 쉽게 보기 어려웠던 ‘박연폭포’와 ‘설중방우도’는 개인 소장품으로, 유홍준 관장이 직접 소장자를 설득해 전시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묘년풍악도첩’은 총 13폭으로 구성된 화첩이다. 보존을 위해 절반씩 교체 전시하지만, 전시 기간 동안 전폭이 모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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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의 출발 ‘신묘년풍악도첩’
1711년 늦가을, 36세의 정선은 여러 벗과 함께 금강산을 두루 여행하고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이때 그린 13점을 엮은 화첩이 ‘신묘년풍악도첩’이다. 현재 전하는 정선 산수화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그의 진경산수화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정선은 한양에서 장안사를 거쳐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일반적인 경로가 아니라,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금강산을 조망했다. 여행의 동선을 따라 풍경을 소개하는 방식 자체가 이 화첩의 또 다른 흥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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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풍악도첩’은 본래 그림과 시를 함께 담은 서화합벽첩(書畫合壁帖)이었으나, 지금은 시가 전하지 않고 그림과 후대에 쓴 발문만 남아 있다.
◆자연을 넘어선 시선 ‘박연폭포’
정선의 노년기 걸작 ‘박연폭포’는 황해북도 개성의 박연폭포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 폭포는 비교적 소박한 규모로 알려져 있지만, 화면 속 폭포는 장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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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예연구사는 “‘박연폭포’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넘어 이상화된 시선으로 자연을 포착했다는 자체가 정선 특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고사를 조선식으로 그린 ‘설중방우도’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는 중국 북송 태조 조광윤이 눈 내리는 밤 신하 조보의 집을 찾아 국사를 논했다는 고사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건물은 중국식이지만, 인물은 조선풍 옷차림이다. 중국 이야기를 조선 화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김 학예연구사는 “조영석은 ‘겸재 정선이 비로소 조선의 회화를 시작했다’고 평할 만큼, 정선의 예술을 잘 이해하고 평한 정선의 오랜 벗”이라며 “우리식 표현에 뛰어났던 화가”라고 했다.
이 작품은 공개된 사례가 많지 않아 연구도 충분하지 않다. 화면 중앙의 푸른 잎 나무가 어떤 수종인지조차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서화실 개편은 공간 재정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오늘, 우리 예술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되묻는 기획이다. 한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 풍경’을 그리려 한 이들의 시선과 만나게 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