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회서 ‘적대적 두 국가’ 못박아… 북미관계는 “美태도에 달려있어” 핵보유국 인정-적대 철회 요구… 韓배제-美와 소통 노골적 ‘통미봉남’ 李대통령 “대결 질주하던 과거 청산”
김정은 “한국은 영원한 적, 동족 범위서 배제”… 딸 주애와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가운데)이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인민군 부대원들을 사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둘째 줄)는 김 위원장과 같은 가죽재킷 차림으로 주석단 정중앙에 자리했다. 앞줄 왼쪽부터 노광철 국방상, 김 위원장,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9차 당 대회 보고에서 한국을 ‘영원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동족의 범위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 21일 열린 북한 9차 당 대회 사업결산 보고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문화했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선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핵보유국 인정 등을 조건으로 한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 핵 공격 시사하며 “韓 완전 붕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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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 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행동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 했다. 핵 무력을 통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불가역적 핵보유국으로서 가장 적대적 국가인 남한과는 영원히 결별하되 필요시 핵무기와 같은 압도적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역대급 호전적 대남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남북 대화 노력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측에 대해 적대적인 언사, 불신을 표현하고 있다”며 “전쟁을 감수하는 대결 정책으로 인해 생긴 대결 의식, 적대 감정을 순식간에 없앨 수는 없다. 상응하는 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굴종에 가까운 유화적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결국 돌아온 것은 북한의 냉소와 조롱뿐”이라고 했다.
● 美 대화 가능성 열어놓고 ‘통미봉남’ 시도
북한은 미국을 향해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조미(북-미) 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배제하고 미국과 소통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강화하는 기조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 관계가 미국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발언은 역설적으로 보면 미국에 보내는 매우 적극적인 대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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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