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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 신진서 9단 “두고싶은 수와 AI 수 비교하며 몇년 씨름”

입력 | 2026-02-27 04:30:00

[알파고 쇼크 10년, AI와 인간 공존 실험]
바둑 세계 1인자가 말하는 AI
“재능 중요했던 바둑, AI 덕에 환경 달라져… AI 추천 블루스폿, 무조건 정답은 아냐
수 결정하는 과정서 고유한 ‘기풍’ 드러나”




“인공지능(AI)은 완벽한 바둑을 추구하지만 사람은 전체 ‘스토리’를 봅니다. 이것이 AI 바둑과 사람이 두는 바둑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1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 9단(26·사진)은 10년 전 있었던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와 당시 세계 최강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떠올리며 “지금 10년 전 알파고와 붙는다면 승산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 세계 1인자로 각종 메이저 타이틀과 2022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석권한 신 9단은 바둑 기사 중 AI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사로 불린다. ‘신공지능’(신진서+인공지능)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이지만 AI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12년 12세의 나이로 입단해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선배들의 기보를 보며 바둑을 배웠던 그에게 AI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신 9단은 “알파고 대국 이후 즉각 AI를 받아들인 기사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니었다”며 “초반에는 ‘AI가 이해가 안 가는데 굳이 이 수법을 따라가야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AI 기보를 습득한 기사들과의 경기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신 뒤 AI 바둑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2018년부터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다. 초반 2∼3년간은 바둑을 공부하는 시간의 약 90%를 AI에 할애했다. 내가 두고 싶은 수와 AI가 추천하는 ‘블루스폿’(승률이 가장 높은 수)을 비교해 가며 왜 AI가 이 수를 추천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AI의 영향으로 바둑이 타고난 ‘재능’의 영역에서 ‘노력’의 영역으로 옮겨온 것 같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신 9단은 “누구든 골머리를 싸매고 AI에 대해 연구하면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이전에는 눈에 띄는 재능이 있어야만 최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노력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AI가 프로 기사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며,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도전적인 수’를 두기는 어려워졌다고 했다. 신 9단은 “너무 도전적인, 리스크가 큰 바둑을 두다가 형세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역전하는 게 AI 등장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바둑은 알파고 이전의 바둑보다 단조로워진 것일까. 신 9단은 아니라고 했다. 경우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국 후반에서는 AI를 따라 안정적인 수를 두게 되지만, 중반까지는 여전히 다양한 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추천하는 블루스폿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대국 중반에서) 승률이 50%인 수와 49%인 수는 사실 승부를 결정하는 데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며 “결국 사람이 둘 중 어떤 수가 전체 그림에서 유리한 수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기사들의 ‘기풍(棋風·바둑 기사들만의 고유 스타일)’이 여전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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