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일명 ‘법 왜곡죄법’인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6.2.26 뉴스1
● “사법부와 수사기관 압박 수단” 우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에는 형사 사건에서 고의로 법을 왜곡 적용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친 법관과 검사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왜곡죄’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대해 시대적 흐름에 맞게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소신 판결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사회 변화 등을 반영한 새로운 판결을 하려면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신 있게 재판을 하겠나”라며 “기존 판례대로만 판결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헌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법원 부장판사는 “여전히 법왜곡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판사도 “헌법재판소가 법왜곡죄는 위헌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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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를 도입한 독일 사례와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의 법왜곡죄는 나치에 부역한 판사를 처벌하는 등 과거사 청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임재성 변호사는 “법왜곡죄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독일 사례를 ‘마패’처럼 꺼내 보이지만 독일은 한국 같은 포괄적 직권남용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 탓에 민주당은 법왜곡죄 적용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다음 달 중 법안이 공포되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법원 안팎에선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재판소원 찬반 논란 여전히 팽팽
본회의에 상정된 재판소원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둔 우리 헌법에 맞지 않는 4심제”라는 지적과 “확정 판결이 나온 사건이라도 위헌 여부를 따져 이와 관련한 피해자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렀다”는 몫도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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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는 재판소원이 시행됐을 때 절차 규정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있어 법 시행 전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재판소원이 인용된 형사사건과 관련해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은 석방해야 하는지, 확정판결을 토대로 경매가 완료된 건물을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등 시행에 따른 세부적인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년 뒤부터 매년 4명씩, 총 12명 늘리도록 하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판연구관으로 수십 명의 판사가 차출돼 사실심이 약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법관 증원으로 이미 과부화가 심각한 상고심 적체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동안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돼 “사법부가 정치 권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