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서 불… 30대 어머니 등 3명 부상 친척 “학업 위해 5일전 이사했는데”… 잠옷바람 동생 “언니 안나와” 발동동 47년된 강남권 대표적 노후 아파트… ‘스프링클러 의무화’ 이전에 지어져 “화재 경보 울렸지만 제대로 안들려”
주민 70여명 긴급 대피 24일 오전 6시 18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층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화재는 오전 7시 36분경 완전히 진화됐고 주민 70여 명이 대피했다. 독자 제공
24일 새벽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김모 양(16)의 큰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지어져 관련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이 주방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새벽 화재 1시간 만에 꺼졌지만 1명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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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발생한 화재로 주민 70여 명은 긴급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인력 143명과 장비 35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약 1시간 20분 만인 오전 7시 36분경 완전히 불을 껐다. 부상을 입고 치료받은 3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화재 현장을 소방관이 감식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날 찾은 화재 현장은 처참했다. 불이 난 집 베란다는 유리창이 모두 깨져 새까맣고 앙상한 골조만 남아 있었다. 검은 그을음은 외벽을 타고 올라 12층까지 새까맣게 번져 있었다. 아파트 복도에는 검댕이 섞인 구정물이 흥건했다.
● 예비 고교생 가족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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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고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물건 등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나고 이후 고무 타는 냄새가 났다. 창문을 보니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향하던 2∼3분 만에 방 안이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차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근육 장애가 있어 탈출 등에 어려움을 겪은 고 씨는 신고한 지 약 5분 뒤 도착한 구급대원과 함께 보행기를 끌고 대피했다.
또 다른 목격자들은 “유리창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났고, 어린 여자아이가 꺼이꺼이 우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40대 민모 씨는 “잠옷 바람으로 나온 어머니와 딸이 ‘언니가 아직 안 나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 “화재 경보도 제대로 안 들려”
28개 동 4424채 규모로 준공된 지 47년 된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노후 아파트로 꼽힌다. 스프링클러 등 비상사태를 대비한 안전 설비 등이 신축 아파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에는 1∼14층 전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은 이 아파트가 완공된 지 11년 후인 1990년 16층 이상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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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