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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사랑한 자장가의 비밀[정도언의 마음의 지도]

입력 | 2026-02-24 23:06: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오랫동안 영미권에서 전해 온 자장가를 소개합니다. 다음과 같이 1절이 시작합니다. “아기야 잘 자거라, 나무 꼭대기 위에서. 바람이 불면 요람이 흔들릴 거란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요람이 떨어지겠지. 아기도, 요람도, 모두 아래로 떨어지겠구나.” 요람을 흔드는 듯한 평온하고 부드럽고 느린 8분의 6박자 리듬의 노래여서 아기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분명히 자장가 노랫말을 번역했는데 이상하지 않으세요? 끝 구절, “아기도, 요람도, 모두 아래로 떨어지겠구나”가 마음에 걸립니다. 위태로운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엄마가 너도, 요람도 그리고 모두 받아낼 거야”라고 바꿔 부르기도 합니다. 아기는 아직 뜻을 모르니 위협으로 느끼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다른 노래도 아닌 엄마가 아기에게 매일 불러주는 자장가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물론 “바람이 불고 세상이 흔들려도 엄마는 너를 곁에서 지켜줄거야”라는 역설적인, 안도감을 제공하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다른 의미는 없을까요?

소아과 의사 출신이어서 아기-엄마 관계 연구에 몰입했던 영국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은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배 아파 낳았지만 키우기에 지쳐서 고단하니 가끔 아기를 미워합니다. 미워할 권리가 엄마에게 있습니다.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돌보기에 지쳐서 아기가 잠들기를 절실하게 기다리는 엄마가 들려주는 자장가에 ‘미움’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이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그는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미움’이라고 하는 감정을 사실에 근거해서 성찰하는 것이 미워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결국 미움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말합니다. 아기를 잘 키우려면 ‘미운 감정의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혹시 누구를 미워하시나요? 그 사람을 미워하는 뚜렷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유를 알아내셨나요? 아니면 덮어놓고 미워하시나요?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싶으시면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상대에게 느끼는 미움이 나 자신이 얻고 싶은, 아니면 버리고 싶은 면을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요?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부터 해봐야 합니다. 둘째,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지금 그 사람에게 옮겨서 미워하는 것은 아닌가요? 자라를 보고 놀랐다고 솥뚜껑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누구를 미워하는 것이 습관이 돼 그런 것은 아닌가요? 자율주행 모드로 늘 누구인가를 미워해야만 한다면 어두운 삶에 묻힙니다. 넷째, 주관적으로 믿는 것과 객관적인 사실을 마구 섞어서 만든 이유를 달아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닌가요?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으로만 누구를 판단하고 미워하면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기 쉽습니다.

자기 성찰로 미움이라는 감정을 관리하는 목적은 성숙해지기 위함입니다. 결코 자신을 저버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평소 지닌 신념의 기반이 허약하고 왜곡돼 있다면 그 소위 신념은 지키지 않고 버려야 합니다. 끝까지 지키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실패한 삶이라는 이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사람을 내 마음의 거울로 사용해서 나를 성장시킬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내가 만든 내 그림자를 밖에서 온 것으로 착각하면 늘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미워하면서 위축된 삶을 살게 됩니다. 미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적이기는 하나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출발점, 경로, 결과, 후유증까지도 냉철하게 파악해야 제대로 미워할 준비가 겨우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쉽게 미워하면 허망하게 무너집니다.

내가 나를 미워할 의무와 권리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합니다. 미워해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해야 미워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나를 아끼고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나를 미워해야 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마련됩니다.

덮어놓고 미워하는 것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계속 밀어붙이는 4분의 4박자보다는 제자리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는 8분의 6박자 리듬으로 자신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미워하는 상대를 넘어서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거칠고 힘든 세상을 견디고 이겨내는 힘이 아주 오래전에 엄마가 들려준 자장가에 숨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잘 떠올려 보시길 기원합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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