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 눈엔 국힘이 망하는 길이 빤히 보인다. 대체 왜 그러는 건가. ‘당권’ 때문이라는 소리가 파다하다. 23일 동아일보 ‘천광암 칼럼-장동혁은 대체 왜 이럴까’도 6·3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게 설득력 있다고 썼다.
● ‘체제전쟁’ 보수 대표, 사과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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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작년 9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사법파괴·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28 뉴스1
노파심에 미리 말하자면, 나는 장동혁을 지지하지 않는다.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은 죽어도 용서 못할 죄인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왜 장동혁이 절윤 못하는지 알고 싶어 ‘내재적 접근’을 해보았다. 바쁜 독자를 위해 내가 찾아낸 결론부터 밝히면 다음과 같다.
① 장동혁은 ‘체제전쟁’ 중이다.
② 윤석열 내란도 자유민주체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물론 난 동의 못한다).
③ 안타깝게도 ‘체제수호’ 감정이 먹히는 시대는 갔다.
● “집권세력이 대한민국 체제 변경 시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6.2.4 서울=뉴스1
장동혁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지하려 하는 것은 물론 헌정질서, 사법질서, 시장경제를 해체하고 있다고 피를 토하듯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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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장동혁은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국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및 선출직 공직자 워크숍에서도 그는 “내년 지방선거는 제2의 건국 전쟁이자 체제 전쟁”이라고 했다. 작년 신동아 11월호에 실린 장동혁 인터뷰 제목은 아예 “대한민국은 체제전쟁 중”이었다.
● 담화문 속 거대야당은 종북 반국가세력
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 사진공동취재단
즉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이라면서 이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12일 담화에서도 윤석열은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위헌적인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 경제 폭망 법률들이 국회를 무차별 통과해서 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이고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가 또다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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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서야
국힘 당원들과 한줌의 지지층이 분노하고, 애통해 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윤석열의 경고가 맞았다는 거다. 헌재의 탄핵 선고 전, 탄핵 반대 집회에서 장동혁이 “계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시대적 명령”이라 외쳤던 것도 이런 이유일 터다. 그가 단호히 절윤을 말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지만, 그럼에도 윤석열의 내란은 용서 못한다. 대통령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만일 윤석열이 거대야당을 진정 종북세력으로 믿었다면, 헌재 결정문에 나오듯 차라리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했어야 마땅했다. 이런 윤석열과 절연 못하는 국힘은, 그리고 국힘 대표 장동혁은 ‘X 묻은 개’일 뿐이다.
지금 민주당이 암만 ‘입법독재’를 해도, 또 국힘이 목이 터져라 비판해도 다수 국민에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윤 윤한홍 의원이 말했듯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어서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하고도 반성 안 한 국힘은 민주당 나무랄 자격도, 체제전쟁을 할 자격도 없다는 얘기다. 아니, 자기네가 자유민주를 무너뜨려놓고 무슨 자유민주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건가.
● 체제전쟁 같은 소리, 안 먹힌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이제 체제전쟁 같은 소리에 놀라는 국민도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석열은 북한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안보 불안은 윤석열 당신에게서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2025.1.23 헌법재판소 제공
개혁신당 대표 이준석은 계엄 후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지금도 우리 체제가 체제경쟁에서 북한에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려 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한테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울고 웃던 자칭 자유우파, 이른바 반공보수에게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다.
그러나 이제는 인정할 때다. 북한 김정은이 겁나지 않아서든, 북핵이 무섭지 않아서든, 아니면 종북좌파가 대단치 않아서든, 체제전쟁의 약효는 떨어졌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거리에서 쏟아지는 ‘충정가’ 노래만 들어도 이젠 지겹다. 문재인 정권 때만 해도 9·19 군사합의에 나라가 북한 김정은에 넘어갈 듯 우려했지만 지금은 9·19 복원 운운에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체제”에 울컥 하던 시대는 안타깝지만 지나간 것이다.
● 윤석열의 잘못된 정치행위까지 절연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1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장동혁이 아무리 당원 지지만 보고 간다 해도 국힘 당원은 고작(!) 110만이다. 유권자 4400만에 비하면 아무리 열혈당원이라 해도 소수에 불과하다. 자유민주 체제를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석열의 궤변 역시 순진한 그들만 믿을 뿐이다.
장동혁의 체제전쟁은 자유민주 ‘체제’ 아닌 윤석열 지지 투쟁으로 오인될 수 있다. 장동혁은 자유민주체제를 무너뜨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대표임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그 사실부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이 그 비뚤어진 입으로 무슨 ‘말’을 했든, 윤석열이 자행한 잘못된 정치행위까지 절연하겠다고 장동혁은 분명히 밝혀야만 한다. 그래야 국힘이라는 정당이 죽지 않을 수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