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이링(중국)이 병상에 있는 외할머니와 손을 마주 잡고 있다. 구아이링은 22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 후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진 출처 구아이링 인스타그램
그리고 “할머니와 약속했기 때문에 할머니처럼 용감해지겠다”라고 영어로 적었다. 뒤이어 중국어로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썼다.
구아이링은 전날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75점을 받아 우승했다.
광고 로드중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구아이링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컸다. 미국 대표로 국제 무대에 나서던 그는 2019년 “앞으로는 중국 선수로 뛰겠다”고 선언했다.
오성홍기를 달고 출전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에 금 2개, 은메달 1개를 안긴 그를 두고 미국 사람들은 ‘배신자’라 손가락질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사랑만 받았던 것도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스탠퍼드대 재학 모습을 지켜본 중국 내 여론은 구아이링의 ‘미국 엘리트’ 이미지에 거리감을 느껴왔다. 이런 인식은 그가 2025년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불참을 선언하면서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으로 번졌다. 구아이링은 이후 기자회견에 나설 때마다 ‘어느 나라를 대표하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광고 로드중
그가 매번 의연할 수 있었던 건 외할머니가 심어준 용기 덕분이었다. 구아이링은 “할머니는 인생의 고삐를 움켜쥐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던 증기선 같은 분이셨다”며 “할머니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계속해 “올림픽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편찮으셨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비록 외할머니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는 못했지만 구아이링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명확히 증명해 냈다.
구아이링(중국)이 22일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열린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리비뇨=AP 뉴시스
그러나 구아이링은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성과(금 1개, 은메달 2개)를 거두며 논란을 잠재웠다.
광고 로드중
구아이링은 “내가 스스로에게 베팅하고 용감해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할머니와의 약속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