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첫 ‘로봇 경비원’ 시범 운영 낮 2회-밤 7회 40분씩 순찰-점검
2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을 순찰 중인 국가유산청 ‘순라봇’.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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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창덕궁 후원. 높이 1m 남짓의 상자형 로봇이 흙길 위를 지나다녔다. 꽁무니에 달린 빨간 매듭 노리개를 흔들며 연못 근처를 지날때, 한 직원이 시험을 위해 휴대용 부탄가스 토치로 로봇 가까이 불을 갖다 댔다. 그러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는 경고음이 울리며 경광등이 켜졌다. 창덕궁 상황실 화면에는 즉각 “오전 11시 8분 화재” 경고창이 떴다.
이 로봇은 국가유산청이 조선시대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순라군(巡邏軍)’에서 이름을 따 10일 시범 도입한 궁궐 최초의 로봇 경비원 ‘순라봇’이다. 고궁 가운데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길이 많은 창덕궁에서 다음 달 9일까지 성능을 시험한다.
순라봇은 인공지능(AI)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기반해 자율 주행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낮 2회, 밤 7회 순찰한다. 후원 내 충전소에서 출발해 약 40분간 애련정(愛蓮亭)과 부용지(芙蓉池) 등을 점검한 뒤 충전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별도 조작하지 않아도 정해진 순찰 일정에 맞춰 알아서 ‘출퇴근’을 한다. 같은 로봇이 대한민국 공군의 대구 종합보급창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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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라봇의 도입은 2008년 숭례문 방화, 2023년과 지난해 발생한 경복궁 낙서 사건 등에서 거듭 지적됐던 문화재 관리 사각 문제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덕궁(54만 m²)과 경복궁(38만 m²) 등 부지가 넓은 궁궐은 관리의 허점이 생기기 쉽다. 김철용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장은 “인력과 폐쇄회로(CC)TV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틈이 있다. 순라봇이 상시 조력자가 돼줄 것”이라고 했다. 강 본부장은 “창덕궁 전체 권역 기준으로 총 3대 투입되면 사각지대 상당 부분을 메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보완할 점이 눈에 띄기도 했다. 바퀴 특성상 5cm가 넘는 궁궐 문턱을 스스로 넘지 못해 전각 곳곳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통신 오류가 생겨 CCTV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지 않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은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 적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