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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이 눈처럼 하얘지도록 다섯 임금을 모신 신하, 또 새해를 맞으니 칠순이라네.
늙은 덕분에 새해 술의 막잔은 내 차지, 병을 추슬러 아직 온전한 이 육신.
세월에 닳고 삭이며 높은 지위까지 얻었으니, 동시대 사람들보다 운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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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鬚如雪五朝臣, 又値新正第七旬. 老過占他藍尾酒, 病餘收得到頭身.
銷磨歲月成高位, 比類時流是幸人. 大曆年中騎竹馬, 幾人得見會昌春.)
―‘즐거이 새해를 맞으며 읊조리다(희입신년자영·喜入新年自詠)’ 백거이(白居易·772∼846)
고희(古稀)의 새해 아침, 감회가 새롭다. 시인은 다섯 임금을 거치며 관료 세계의 격랑을 견뎌 왔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말보다, 그 바람을 맞고도 아직 서 있다는 말이 먼저다. 관습에 따라 새해 아침 연회에서 최연장자에게 돌아오는 막잔은 축원인 동시에 생존 확인이다. 장수(長壽)의 덕담과 가족의 온기가 잔에 함께 돈다. 병을 앓은 뒤 몸을 추스른 사실이 새삼 다시없는 축복처럼 느껴진다. 오래 버틴 시간, 끝내 지켜 낸 무사(無事). 시인은 그것을 ‘행운’이라 부른다. 자랑보다는 조용한 안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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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