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하지만 요즘은 미혼자와 기혼자가 경험하는 행복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비혼 동거가 확산된 것과 관련이 있다. 미혼자의 행복은 상승한 반면, 기혼자의 행복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결혼과 행복의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결혼과 관련된 오랜 질문 중 하나는 행복한 사람이 결혼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하면 행복해지는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브루노 프라이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17년에 걸쳐 진행된 독일 사회경제 패널 조사에 참여한 1만5268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은 다른 조건이 동등할 때 미혼자보다 삶의 만족도(10점 만점)가 0.3점 더 높았다. 이는 상당한 크기의 효과로, 가구 소득이 평균의 2.5배인 사람과 평균인 사람이 보이는 만족도 차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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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결혼의 효과는 상당한 개인차를 보인다. 결혼 전부터 삶의 만족도가 낮았던 사람들은 결혼 생활도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이혼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조적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하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장차 결혼하게 될 미혼자는 계속 미혼으로 남게 될 사람보다 결혼 이전부터 행복도가 더 높았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 즉 결혼을 많이 하는 연령대 무렵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난 이후에는 이러한 차이가 다시 나타났다. 이는 비교적 높은 연령까지 미혼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 결국 결혼하게 된다는 점을 뜻한다.
결혼은 어떤 사람에게는 결혼 전의 개인적 약점을 보완해 주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부가적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자신과 배우자의 임금을 비교했을 때 임금 격차가 큰 배우자를 만난 사람은 그 격차가 작은 배우자를 만난 사람들보다 결혼 전에 삶의 만족도가 더 낮았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사라졌다. 결혼이 개인의 약점을 보완해 준 것이다. 대조적으로 배우자와의 교육 수준 차이가 작은 부부는 교육 수준 차이가 큰 부부에 비해 결혼 후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이들에게는 결혼이 부가적인 혜택을 준 셈이다.
결론적으로 독일 사회경제 패널 조사 자료는 행복한 사람이 결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임을 보여준다. 더불어 비교적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기본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신과 교육 수준 및 임금 격차가 작은 배우자를 만날 때 결혼의 이점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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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