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이 11일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작곡가 에지오 보쏘의 ‘레인, 인 유어 블랙 아이스’ 연주곡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피겨왕자’ 차준환(22)이 이번 시즌 최고점을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하며 2026 밀라노 올림픽 남자 싱글의 ‘하이라이트’가 될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조에 합류했다.
차준환은 11일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을 받아 참가선수 전체 29명 중 6위에 올랐다. 부츠가 발에 맞지 않는 문제로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를 제 실력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차준환이 이날 쇼트에서 받은 점수가 시즌 최고점이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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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프로그램에서 음악에 맞춰 감정연기를 하고 있는 차준환.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자 싱글 ‘별들의 전쟁’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조 합류
피겨스케이팅은 쇼트프로그램 연기 후 상위 24명이 프리스케이팅에 나서는데 프리 연기 순서는 쇼트 순위의 역순이다. 고득점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뒷부분에 연기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다.24명이 6명씩 4개 조로 나서는데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를 기록하면서 이틀 휴식 후 14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현존하는 남자 싱글 피겨선수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최후의 6인’ 중 가장 먼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게 됐다.
앞서 피겨 단체전에 출전해 같은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한 차례 미리 해볼 기회를 얻었던 차준환은 당시에는 첫 두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와 트리플럿츠-트리플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차례로 성공시켰으나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악셀 점프를 싱글로 처리, 필수 요소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0점을 받았다.
차준환의 트리플악셀은 평소대로 뛰었다면 기본 기술점수(8.0점)에 경기 후반부에 뛰면서 붙는 10% 가산점(0.8점), 거기에 수행의 정도에 따라 부여되는 가산점(GOE)까지 합해 10점을 넘게 받을 수 있는 점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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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셀 점프 후 깔끔히 랜딩에 성공한 차준환.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 점의 후회도 없을 만큼 다 쏟았다단체전 점프 실수 후 “이틀의 시간이 있으니 꼭 만회하겠다”고 말했던 차준환은 이날 개인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차준환은 앞서 실수가 있었던 트리플 악셀을 포함한 모든 점프를 성공시켰다.
특히 차준환의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악셀은 곡이 클라이막스로 이어지기 직전, 잠깐의 정적이 이는 순간에 딱 맞춰 뛰면서 프로그램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점프 요소 중 하나다.
플라잉 카멜 스핀을 위해 크게 도약하고 있는 차준환.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 만난 차준환은 “오늘 이 순간에 정말 한 점의 후회도 없을 만큼 모든 것들을 다 (링크에) 던지고 나왔다. 이번 시즌 (부츠 문제로) 너무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내고 오늘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기뻤다”며 “사실 점수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아쉬움마저 떨칠 수 있을 만큼 오늘 경기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모든 진심을 쏟아내고 왔다”고 말했다.
차준환의 쇼트프로그램 마지막 동작.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이례적으로 주먹을 쥐고 흔들었던 차준환은 “오늘 저는 최선을 다 했고 점프 퀄리티나 스케이팅 스킬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올림픽에 오면서 물론 운동선수로서 결과도 정말 중요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 한 순간에만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얻어가고 싶었다. 이런 순간을 가져가는 성취를 이룬다면 결과적인 성취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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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주먹을 쥐고 흔들고 있는 차준환. 경기 후 이례적으로 세리머니 액션을 한 이유에 대해 차준환은 “안도감도 들었고 표현할 수 있을 때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 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 선수단의 기수를 맡았던 차준환은 “국기를 들고 가장 먼저 입장하는 만큼 우리 대표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이날 차준환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완성도 있는 연기로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조에 합류하며 프로그램 완성도에 따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날 경기를 치른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는 전날 차준환의 동갑내기 권예가 아이스댄스에서 트위즐 실수를 저지르며 임해나와의 프리댄스 진출이 좌절이 좌절된 곳이다. 또 이날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날 낮 같은 링크에서 혼성계주 준결선을 치르다 넘어진 미국 선수에 부딪히면서 허무하게 메달 기회를 날린 곳이기도 했다.
차준환이 11일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