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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고 인구도 늘고… ‘햇빛-바람소득마을’ 전국으로 확대

입력 | 2026-02-11 00:30:00

기후부 ‘에너지 대전환’ 원년 목표
2030년까지 학교 6400곳 태양광… 지역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정부 재정 지원, 지방은 입지 발굴… ‘햇빛소득마을’ 확산에 협력 속도




제주 한림해상풍력(위쪽 사진). 서울 지축 차량기지 햇빛발전소. 제주도·서울에너지공사 제공

● 자연의 선물인 햇빛과 바람으로 우리 마을이 돈을 벌 수 있을까?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공동체가 유휴부지, 농지, 저수지 등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운영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고 그로부터 창출한 수익을 주민이 공유하는 사업 모델이다. 마찬가지로 ‘바람소득마을’은 풍력발전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마을을 뜻한다.

전남 신안군은 태양광·풍력 개발 이익을 주민과 나눌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 2021년 태양광발전으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환원하는 ‘햇빛연금’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신안군은 이어 해상 풍력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연금’까지 확대해 지난해 햇빛·바람연금의 혜택을 받은 주민은 전체 군민의 49%에 달한다. 이는 지방 소멸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줘 한때 3만 명 붕괴를 걱정하던 신안군 인구는 올해 1월 기준 4만185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2026년 ‘에너지 대전환 성과 원년’의 큰 그림

경기 햇빛자전거길.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2026년을 ‘에너지 대전환의 성과 원년’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기가와트) 보급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시장, 요금체계 등 전력 시스템 전반의 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은 네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재생에너지 100GW를 위한 보급 가속화 및 비용 절감 △전력망 운영 혁신·확충 및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에너지 전환을 포용하는 전력 시스템 구축 △원전 정책의 수용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 등이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전력망·시장·거버넌스를 함께 바꾸는 시스템 전환으로 보고 있다.

●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가속화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전통시장, 학교 등에 태양광 설비 보급을 확대한다. 전통시장 50곳 이상, 주차장 1500곳 이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학교 태양광은 2026년 500개교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400개 학교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관계 부처와 협력해 공장 지붕 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보급도 적극 지원한다.

해상풍력은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중심으로 입찰, 기반시설, 금융 지원 등의 기반을 강화한다. 2035년까지 해상풍력 장기 입찰 이행안을 상반기에 마련하고 15MW급 터빈 설치선(WTIV) 건조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을 활용한 민간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 전력망·시장까지 바꾸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경기 고속도로 나들목. 경기도 제공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받쳐 줄 인프라로 기후부가 내세우는 중요 개념은 ‘에너지 고속도로’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는 서해안·전남권과 수도권·중부 수요지 간을 잇는 대규모 송전 인프라, 분산형 전원을 흡수할 지역 전력망을 함께 확충하는 전략이다.

△서해안 해저 HVDC(고압직류송전) 등 지역 간 대규모 융통선로 구축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농공단지·대학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조성 △분산형 전원 확대에 맞춘 전력계통 운영 혁신과 디지털 전력망 구축 등이다.

아울러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갈등관리 전문소위’를 신설하는 등 전력망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거버넌스 강화도 병행한다. 전력시장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중심 전원 체계에 맞는 전력시장·정산 체계를 도입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관리하고 분산 자원과 수요 반응을 시장에 적극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을 예고했다.

● 중앙-지방이 함께하는 국민 체감 에너지 대전환

기후부는 특히 국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주재로 17개 광역시도가 참여하는 ‘제1차 중앙-지방 에너지 대전환 협의회’를 개최하고 햇빛소득마을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는 햇빛·바람소득마을 전국 확산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원팀으로 움직이는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과 함께 마을 단위 태양광 사업인 햇빛소득마을 추진 계획을 공식적으로 제시하며 정책의 무게중심을 주민 참여와 지역 소득 창출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김 장관은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신속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창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위주로의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 공공 유휴부지의 적극적인 입지 발굴, 현장 밀착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지방정부들은 △공공 유휴부지 발굴 △주민 참여형 발전사업 모델 △발전 수익의 지역 환원 사례를 공유하며 각 지역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함께 모색했다. 중앙정부가 제도·재정·규제 완화를 맡고 지방정부가 주민 조직화와 입지 발굴, 갈등 관리의 전면에 나서는 역할 분담을 제시했다.

● 전북 전주·경북 등 햇빛·바람소득마을 우수 사례

전주 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 3호. 전주시 에너지센터 제공

협의회에서는 ‘햇빛·바람소득마을’의 우수 사례가 다수 소개돼 재생에너지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누는 모델이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 줬다.

전북 전주의 ‘시민햇빛발전소’는 시민이 직접 출자하고 지자체가 공공 유휴부지를 제공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뒤 발전 수익을 시민과 공유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 가동된 이 사업은 현재 8호 발전소까지 완공될 정도로 확대됐고 시민이 소액으로도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형 햇빛소득마을’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주도 햇빛소득마을 및 바람소득마을 사업을 조성할 계획이다. 햇빛소득마을 1.2GW, 바람소득마을 0.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는 산불 피해 지역에 조성해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고 지역 경제 회복과 기후 위기 대응을 동시에 도모하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난 복구와 에너지 전환을 결합한 이 모델은 향후 산지·어촌 등 취약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 줬다.

광주시는 RE100 기업과 연계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사례로 들며 기업 재생에너지 수요와 농가 소득 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에너지 상생’ 모델을 제안했다. 논밭 위 구조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농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기 판매 수익을 농가와 기업이 나누는 방식으로 기후 위기, 농촌 소멸, 산업 경쟁력 문제를 동시에 겨냥한 실험이다.

기후부는 이번 협의회를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보급과 햇빛·바람소득마을 확대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만이 아니라 그 혜택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는지가 앞으로 중앙과 지방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 수익성 불안, 주민 갈등 등 한계 극복해야

햇빛소득마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기후 위기 대응과 지역 소멸 극복의 대안으로 주목받지만 현장에서는 수익성 불안, 주민 갈등, 계통 제약 등 현실적 한계가 여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의 불확실성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기후와 일사량, 풍속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장기 수익 예측이 어렵고 전력시장 가격 변동까지 겹치면 주민들이 안정적 ‘소득’으로 인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실제 수익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실망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민 수용성 문제도 만만치 않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일부 지역에서는 건강·경관 훼손 우려로 반발이 이어지고 ESS 설치를 둘러싼 화재 위험과 부지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 과정에서 의사결정과 수익 배분 구조가 소수에게 집중될 경우 사업에 대한 불신이 누적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이달 중 범정부 지원조직인 ‘햇빛소득마을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와 부지 발굴, 대상 마을 지정, 인허가 절차를 패키지로 신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범한 ‘기후에너지 현장대응단’과 8개 지방(유역)환경청별 지역협의체를 연계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지 갈등, 인허가 지연, 주민 수용성 문제를 현장에서 바로 풀어가는 밀착 지원 체계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중앙과 지방이 함께하는 국민 체감 재생에너지 대전환’의 관건은 기술이나 설비 못지않게 신뢰와 참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부의 에너지 대전환 계획이 지방정부의 주민 참여형 모델과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국가 과제가 아니라 마을의 일상과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생활 속 전환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인규 기자 anold3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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